산부인과의사회가 심각한 경영난을 맞고 있는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해 300병상 이하의 요양기관까지 필수과목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17일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300병상 이상의 요양기관에 대해 산부인과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듯이 100병상 이상 300병상 이하의 요양기관까지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의사협회에 건의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과 경영난으로 갈 곳 잃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300병상 이하의 요양기관까지 산부인과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의사회 측의 주장이다.
현행 의료법 내 필수과목 기준은 100병상 이상 300병상 이하의 요양기관은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4개 진료과목 중 3개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 중 1개 진료과목은 제외해도 병원 설립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의사회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4개 진료과목(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중 3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상당수의 의료기관이 산부인과를 제외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필수과목 지정 논란은 앞서 지난 2008년도 병원협회가 국회에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까지 산부인과를 선택사항으로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산부인과의사회는 즉각 입장을 내어 "이는 산부인과를 심각한 혼란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력히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수그러든 바 있다.
이후 산부인과의사회는 300병상 이상은 물론이고 기준을 더욱 강화해 300병상 이하 의료기관까지 산부인과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부회장은 "산부인과는 분만실, 신생아실 등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당직 직원도 필요하기 때문에 요양기관들이 꺼린다"면서 "이를 유지하는 비용 대비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 병원이 산부인과를 접고 싶어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인 이유로 산부인과 개설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앞으로 산부인과 진료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라면서 "이는 국가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