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1#최근 의료법인 을지병원의 방송사업 출자가 의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의료법에 위반된다는 견해와 의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견해로 나뉘고 있다.
먼저, 의료법에 위반된다는 견해는 의료법인 을지병원이 방송사업에 출자한 것은 의료법 제49조에서 정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의료법인은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의료법 시행령 제20조에 위반되었다는 점을 그 근거로 한다.
이에 반해 의료법에 위반되지 않았다는 견해는 을지병원의 방송 사업 출자는 그 스스로 방송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산 운용의 차원에서 주식을 취득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이다.
의료법 시행령 제20조의 영리추구 금지 규정 역시 의료법인이 스스로 의료업 또는 부대사업을 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의료법인이 사업(의료업 또는 부대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방송사의 주식을 취득한 경우에는 ‘영리 추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을지병원의 방송사 주식 취득이 단순히 자산 운용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방송사업의 경영주체로서 참여한 것인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관해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는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이 영리법인에 출자하는 것을 막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며, 본 건 출자의 경우에도 을지병원이 방송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산운용의 방식으로 방송사의 주식을 취득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한, 주식매수대금 30억원은 의료법인의 기본재산이 아니므로, 이를 처분함에 있어서는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본 건 출자가 단순한 자산운용의 방식에 불과하여 부대사업과는 무관하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을지병원이 취득한 지분은 4.95%이다.
그 자체만으로는 경영의 주체로 인정하기 곤란하다고 하더라도, 특수관계인인 학교법인 을지학원의 보유지분(9.9%)까지 합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의료법인 을지병원과 학교법인 을지학원이 보유한 주식을 합하면 총 14.8%이고, 이는 2대 주주에 해당한다. 이 정도의 지분이라면 단순히 자산 운용을 위한 주식보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보건복지부의 해석대로 한다면, 앞으로 의료법인이 특수관계인과 결합하여 영리법인에 출자하더라도 이를 막기가 어려워진다.
의료법인의 영리활동 추구를 금지하고 재산 처분에 있어서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한 취지는, 의료법인의 공익성과 재정적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 의료법인은 국가로부터 재정적인 지원과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의료법인의 재산은 의료법인 본래의 목적에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에 을지병원이 출자한 대금은 30억원이라고 한다. 이 금액은 비록 의료법인의 기본재산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기본재산 못지않게 병원 재정에 있어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금액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건복지부로서는 위와 같이 사정, 즉, 출자의 목적, 다른 출자자와의 관계, 주식매수대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이번 출자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이나 정관상의 목적사업 범위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 좀 더 고민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 건 이외에도 의료법인이 다른 영리법인에 출자한 사례가 많이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해석이 다른 사례에 있어서 좋지 않은 선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