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의대 인증 의무화 추진, 그 의미와 파장(하)
서남의대가 2주기 의대 인증평가를 거부한 것을 계기로 부실의대 퇴출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허윤정 정책전문위원은 최근 박은수, 김상희 의원이 주최한 '의료인 교육기관 인증 의무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의료인 교육기관의 인증평가를 의무화하고, 미인증 대학 졸업생에 대해서는 의사국시 응시를 제한하기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 박은수, 김상희 의원은 고등교육법, 의료법 개정안을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도 지난해 3월 국가로부터 인증받지 못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들의 의사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제한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여야 모두 인증평가를 거부하거나 통과하지 못한 의대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들 법이 개정되면 신설의대 설립까지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사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원장 안덕선)은 서남의대가 2007년부터 시작된 전국 41개 의대, 의전원 대상 2주기 인증평가에서 유일하게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자 다양한 제재 방안을 논의해 왔고, 국회에 법 개정을 요청해 왔다.
안덕선 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의대 인증평가를 거부하면 국가보조금 제한, 인턴 및 전공의 취업제한, 의사국시 응시자격 미부여 등 다양한 징계를 검토할 수 있는데 결국 면허와 연계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환기시켰다.
특히 안 원장은 "학대받는 아이는 더 좋은 양부모가 키우도록 해야 한다"며 시장 퇴출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주의대 임기영 교수도 "현재 41개 의대, 의전원이 1, 2주기 평가를 거치면서 교육과정이 질적으로 크게 향상됐고, 국제적 수준의 의학교육기관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면서 "안타깝게도 한 학교가 그런 흐름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만약 의료법, 고등교육법까지 국회를 통과하면 서남의대는 이중, 삼중의 퇴출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교과부는 의대 인정·평가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에 대해서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제한할 방침이다.
여기에다 교과부는 지난해 서남대를 부실대학으로 지목해 학자금 대출을 제한했다.
문제는 대학의 부실로 인해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엄청난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의평원은 지난해 WFME(세계의학교육연맹)가 우리나라 의대 현황을 보고해 줄 것을 요청하자 서남의대가 2주기 의대 인증평가를 신청하지 않은 사실을 통보했다.
이렇게 되면 서남의대는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을 수 없어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이 해외 연수를 신청하거나 해외 취업할 때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의료법이 개정된다면 학생들은 의사국시에 응시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로 인해 의료법 개정을 둘러싼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교과부는 고등교육기관의 질 관리 책임을 해당 대학 학생들에게 돌리는 것은 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의료법 개정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한림의대 조정진 교수는 "의대 설립을 허용한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며 "의대 인증평가를 의무화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학생의 면허와 연계하면 피해가 전가되고, 의료인력 수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허윤정 전문위원은 "의대 인증과 면허를 연계하면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면서 "수준 이하의 의료인을 양성하는 게 학생들에게 가장 큰 피해"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