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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미백술 개발한 시골의…불명예 남기고 폐업

발행날짜: 2011-08-31 06:43:18

김봉현 원장, 학계 주목 불구 복지부 불인정…환자 발길 뚝

눈 미백술은 선진 의료기술일까, 사기일까?

눈 미백술을 둘러싼 안과계의 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법적 대응이 잇따르면서 논란의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김봉현 원장(44·씨어앤파트너안과의원장)이 있다.

김봉현 원장
사실 김 원장은 백내장 수술에서 높은 명성을 얻으며 국내외 학계에서 인정받아온 개원의였다.

그는 2005년과 2006년 하버드에서 우수논문상, 우수 포스터상, 최우수 논문비디오상 수상에 이어 국내에서도 2007년 안과학술대회에서 우수 학술비디오상을 휩쓸었다.

이후 2009년에는 제22회 아시아 태평양 백내장 굴절수술 학회에서 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영국 IBC가 선정하는 히포크라테스상과 함께 미국 ABI가 선정하는 탁월한 전문인상(의학부문)까지 거머쥐었다.

심지어 2010년에는 ABI의 '21세기 위대한 지성'에 등재되는 영광을 누리는가 하면, ABI 주관 '명예의 전당'에 선정돼 영국 IBC 전세계 리더 'TOP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비급여인 라식수술을 배제하고 백내장 수술을 고집하며 학계의 인정받던 그는 눈 미백술이 유명세를 탈수록 점점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김 원장과 눈 미백술의 인연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지난 97년 해남에서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할 당시 만성 눈 충혈로 고생하는 간호직원의 눈을 수술해주면서 시작했다.

첫 수술 대상이 되기를 자청했던 간호직원은 수술에 대한 만족도가 높자 김 원장은 자신감을 갖고 수술건수를 늘려갔다.

눈 미백술이란, 의학적 용어로 '국소적 결막 절제술'이라고 하며 눈의 흰자위를 하얗게 만들어 충혈된 부위를 없애주는 수술로 만성 눈 충혈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우리나라 땅끝 마을인 해남의 시골 개원의사로 지낸 지 8년 째 어느 날, 그는 지난 2004년 하버드대 부속 메사추세츠 안과병원에서 더 공부하겠다며 떠났다.

그는 2년간의 우수논문상을 휩쓸며 주목을 받던 메사추세츠 병원 전임의 생활을 마치고 지난 2007년, 서울 강남 한복판에 '씨어앤파트너안과의원'를 개원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나 '눈 미백술'이라는 새로운 수술 기법을 내놓은 시골 개원의에 대한 국내 학계의 시선을 곱지 않았다. 일선 안과의사들도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 원장은 "이미 수년 간 임상 경험을 통해 안전성에 대해 자신있다"고 맞섰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반면 김 원장은 눈 미백술을 해외 학계에서 발표하면서 인정을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최근에는 미국 SCI급 학술지인 Cornea에서도 통과되면서 조만간 눈 미백에 관련한 그의 논문이 학술지에 실릴 예정이지만 보건복지부는 눈 미백술에 대해 안전성,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수술이라며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복지부 신의료평가위원회는 지난 2월, 눈미백술을 받은 1713명 환자의 진료기록부를 바탕으로 2년 6개월간 추적 조사한 결과 합병증 발생률이 82.9%(1420명)에 달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중증합병증 발생률은 55.6%로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씨어앤파트너안과 홈페이지에는 폐업 안내문이 띄워져 있다.
복지부의 이 같은 결정으로 김 원장은 결국 눈 미백술을 중단하게 됐고, 씨어앤파트너 안과는 대외적인 이미지에 큰 결함을 남기면서 백내장 수술 환자도 발길을 끊었다.

결국 김 원장은 경영상의 이유로 지난 7월 말, 씨어앤파트너안과 폐업 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눈 미백술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석회화, 사시, 복시 등 부작용을 호소하며 그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업무상과실치사, 허위 및 과장 광고 등의 혐의로 형사소송까지 앞두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소송 이외에도 계속해서 부작용을 호소하며 소송을 준비 중인 환자들이 늘고 있다.

환자들은 "급여로 수술이 가능한 익상편 환자인데 200만원을 상회하는 눈 미백술을 할 필요가 있었나" "사시, 복시, 석회화 등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 듣지 못했다"라며 김 원장에게 피해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눈 미백술은 백내장 수술 분야에서 인정받았던 그의 명성까지 먹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 원장은 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발표 이후 "국외에선 주목받는 시술이 국내에선 비난을 받고 있으니 안타까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그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김 원장이 백내장 수술로 주목받았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