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병·의원
  • 대학병원

삼성서울, 병원폐쇄 배수진…쓰나미급 후폭풍 불가피

발행날짜: 2015-06-15 05:37:26

하루 외래·응급환자 1만명 육박…타 병원 흡수 최대 난제

|초점 = 삼성서울병원 병원 폐쇄 결정|

중동 호흡기 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뚫려버린 삼성서울병원이 결국 사실상 병원 폐쇄라는 배수진을 치면서 이에 따른 후폭풍이 몰려올 것으로 전망된다.

천문학적 재정 손실은 둘째치더라도 일 평균 1만명에 육박하는 외래 환자들이 타 대학병원으로 흡수될 수 있을지 의문인데다 현재 입원 중인 환자의 전원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결국 병원 폐쇄 백기…외래·수술 올스톱

민관 합동 TF 즉각대응팀과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첫 확진자가 나온 9일만인 14일 병원 부분 폐쇄를 결정했다.

응급실 이송요원과 의사에게 3차 감염이 일어나자 더이상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은 "메르스 총력 대응을 위해 오는 24일까지 외래와 입원을 제한하고 응급실 또한 폐쇄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입원환자를 찾는 모든 방문객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이 이처럼 극단적인 배수진을 치고 나선 것은 통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던 응급이송요원과 의사가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통제망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메르스 확진자 145명 중 절반에 달하는 72명이 삼성서울병원 한군데서 나온데다 137번, 138번 확진자가 몇일 동안이나 병원에서 정상 근무를 지속한 것이 확인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폭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시는 병원에 전권을 준 것부터가 잘못된 일이라며 특별조사단을 구성할 것을 건의하고 있으며 병원내 비정규직 2944명 전원의 감염 증상 여부를 확인중이다.

병원 폐쇄라는 백기 투항 외에는 궁지에 몰린 이 상황을 도저히 풀어나갈 수 없는 셈이다.

천문학적 재정 손실 불가피…이미지 추락도 심각

이에 따라 삼성서울병원은 우선 천문학적 재정 손실을 감당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삼성서울병원은 연간 총 진료비 수입이 7천억원에 달하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대형병원이다. 월 평균 수입이 600억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결국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외래와 입원이 중지될 경우 하루에 20억여원씩 손해가 나게 된다.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비용들은 모두 제외하고도 말이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은 첫 확진자가 나온 시점부터 9일여가 지나는 동안 사실상 병원의 진료 수입이 가파르게 하락해 왔다. 이미 수십억원의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우선 잠정적으로 결정한 24일까지 병원의 기능이 중단되면 수백억원대 손실이 불가피하다. 만약 현재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그 손실은 더욱 천문학적으로 커지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문제가 비단 진료수입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에는 식당과 베이커리, 이발소, 편의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입점해 있다. 이들 매장은 많게는 한달에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안정적인 업체들이다.

병원측이 부분 폐쇄라는 극단적 결정을 하면서 이들 업체들 또한 사실상 개점폐업 상황에 몰리게 된다.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는 이들 업체들이 법적으로 병원과 싸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지 추락도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손해다. 삼성서울병원은 흔히 말하는 빅3병원으로 한국 병원계를 선도해왔다.

하지만 그러한 성과를 모두 붕괴시킬 정도로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낙인찍혔고 이후 대응 방식 또한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오르며 급격한 이미지 추락을 겪고 있다.

만약 병원 폐쇄를 통해 메르스를 잡고 난 뒤에도 상당한 후유증은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 평균 외래환자 1만명 육박…이들의 거취 최대 난제

더욱 큰 문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병원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생겨나는 후폭풍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일 평균 외래환자가 1만명에 육박하는 초대형병원이다. 응급실 내원 환자가 많게는 하루 500여명에 달한다.

이러한 병원이 외래와 입원, 응급실을 닫으면서 과연 인근 병원들이 이 환자들을 흡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삼성서울병원과 견줄 수 있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병원들은 사실상 더 이상 환자를 받기 힘들 정도로 이미 과밀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외래 예약이 수개월씩 밀려있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 과연 삼성서울병원에서 흘러 나오는 환자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울의 왠만한 대학병원들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다. 극히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병상 가동률이 90%에 육박한다.

응급실 또한 마찬가지. 이번 사태의 원인이 응급실 문화로 꼽힐 정도로 대부분 응급의료센터는 비어있는 틈이 없다.

삼성서울병원에 가지 못해 흩어진 1만여명의 환자들과 500여명의 응급 환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대책이 없으면 또 다른 후폭풍이 몰려올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의 전원 문제도 또 한번의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전원 신청을 다른 병원들이 순순히 받아주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이 이러한 방침을 발표하자 대다수 대형병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있던 137번, 138번 환자가 확진을 받으며 통제망이 뚫려버린 상황에서 환자를 받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다.

아울러 만약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가 전원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현재 입원, 치료중인 환자들의 동요도 피할 수 없다.

A대형병원 관계자는 "핀치에 몰린 삼성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이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들도 이에 못지 않은 쓰나미급 후폭풍이 될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어느 누가 삼성의 백기사가 되어줄 수 있겠냐"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만약 삼성에서 환자를 받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 후의 상황은 예측하기 조차 힘든 부분"이라며 "그렇다면 국립의료원이나 서울대병원 등 국공립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뜻인데 그만한 여력이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