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임수흠 대의원회 의장의 당선 무효 논란이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의 책임론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동점자의 경우 연장자가 당선이 된다'는 내용을 포함한 개정 규정을 의협 홈페이지에 공고까지 한 대의원회가 이제와서 해당 규정이 총회에 보고된 바 없다며 이를 무효로 규정한 상황.
운영위 내부에서는 해당 내용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공고된 것인지 본인들조차 모른다고 선을 긋고 있어 규정 공고 미스터리 논란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23일 운영위에 문의한 결과 개정 운영위 규정을 둘러싼 책임론이 불붙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제67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벌어진 제28대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선거에서 임수흠 후보가 3차 투표 끝에 이창 후보를 2표차로 누르고 당선된 바 있다.
1차 투표에서 임수흠-이창 후보가 1표차를 나타낸 데 이어 2차 결선 투표에서 동수가 나오는 초유의 결과가 나왔지만, 결국 3차 투표에서 임 후보는 이창 후보를 2표차(111표 대 109표)로 따돌리고 신승했다.
문제는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에서 동점자 발생시 연장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점. 이에 따르면 2차 결선 투표에서 1954년생인 이창 후보가 1955년생인 임수흠 후보 대신 당선인이 됐어야 한다.
논란이 불거지자 5기 운영위원 등 일부는 해당 규정이 총회에 보고된 적이 없다며 무효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개정 규정은 노환규 전 회장의 불신임 당시의 총회 입장 불허나 불신임자에 대한 전관예우 금지, 퇴직금 미지급 등에 모두 준용된 바 있다.
게다가 의협 홈페이지의 대의원회 공지사항에는 개정 규정들 공지가 돼 있어 운영위의 무효 주장을 무색케 하고 있다.
2013년 7월 3일 게시된 대의원회 운영 및 운영위원회 규정에는 "득표수가 같을 경우 연장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올해 5월 22일 새로 등록된 대의원회 운영 및 운영위원회 규정 역시 해당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대의원회가 대의원회 공지로 올린 사항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을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운영위는 본인들조차 어떤 과정을 거쳐 공지에 개정 규정이 올라갔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운영위 관계자는 "당시 회의록을 입수해서 검토한 결과 개정 규정을 두고 어디에도 의결됐다고 언급한 바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대의원회 공지 사항에 해당 전문이 공개가 됐고 이를 준용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구의 주도로 공지로 올라갔는지 운영위도 잘 모른다"며 "현재의 6기 운영위에서 올린 적이 없기 때문에 아마 5기 운영위에서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5기 운영위가 스스로 공지한 사항을 부정하는 것은 모순적인 행위다"며 "공지를 누가 어떤 절차로 올렸는지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2년부터 11번 개정, 모두 총회 보고 절차 거쳤나
그는 "2013년 5월과 올해 5월에 개정된 규칙뿐 아니라 그간의 모든 개정 규칙들이 총회 보고라는 절차를 거친 것인지조차 모르겠다"며 "해당 규정이 무효라고 하면 수 년간 이를 준용한 모든 의결 사항 역시 무효가 된다"고 밝혔다.
운영위 규정이 제정된 것은 2002년. 올해까지 11번의 개정이 이뤄졌지만 매번 총회 보고 절차를 거쳤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태다.
만일 2013년 5월 운영위 규정이 총회 미보고라는 절차적 하자로 무효가 된다면 절차적 하자를 가진 나머지 개정들도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소리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대의원회가 노환규 전 회장의 탄핵에 대의원회가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모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노환규 전 회장과 관련한 대의원총회 불신임결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 재판에서 증거자료로 제출된 것이 바로 대의원회의 운영위 규정이다"며 "이 규정에 따라 재판부는 신청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운영위 규정이 효력이 없다면 무효의 규정을 재판부에 제출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대의원회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며 "쉽게 말해 무효의 규정을 유효한 것처럼 제출해 재판부를 속인 것이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규정이라는 것을 한쪽에서는 유효로 써 먹고 다른 데에서는 무효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이는 민법상 신의성실 원칙의 파생 원칙인 금반언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다음 주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