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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 앞선 '응급실 과밀화 대책'…병원들 "폭탄 터졌다"

발행날짜: 2015-12-19 05:30:19

병원 관계자들 "고시도 안나왔는데 1월 시행 무리" 성토 잇따라

"응급실 과밀화 대책, 물론 찬성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할 게 아닌가."

"복지부 관련 고시도 안 나왔는데 2주만에 어떻게 전산화 작업을 마치나. 불가능하다."

이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1월 1일 도입예정인 응급실 과밀화 대책에 대한 각 병원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모 대형병원 응급실 복도에서 하루 이상 대기 중인 환자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복지부는 경증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외래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는 등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에 대한 장벽을 높일 계획이다.

이에 대해서는 병원계 또한 전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응급실 과밀화 문제가 붉어진 만큼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밀어부치기식 정책.

응급실 과밀화 대책 일환으로 추진 중인 이번 사업은 올해 초부터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정부는 내년부터 응급환자를 일반응급환자, 중증응급환자, 중증응급의심환자, 중증외상환자 등으로 구분하고 그에 따른 응급의료수가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응급의료센터 내 응급실의 낮병동 입원료를 폐지하는 대목.

지금까지는 응급실 체류시간에 따라 6시간 미만이면 외래 본인부담률을 적용하고 6시간 이상이 되면 입원 본인부담률을 적용해왔다.

이를 앞으로는 경증환자는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외래 본인부담률을 적용해 응급실 진료비 부담을 높이고, 중증환자는 입원 본인부담률을 적용해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체류시간 기준으로 책정했던 응급실 진료비를 환자 중증도 기준으로 전환한 것으로 응급실 진료비의 대대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일선 의료기관에서 적용할 수 있는 요양급여비용 청구 및 심사 관련 고시안은 발표하지 않은 상태.

당장 다음달부터 이를 적용해야하는 병원들은 "폭탄이 떨어졌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모 대형 대학병원 보험심사팀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을 바꾸는 데 도저히 일정을 맞출 수 없다"며 "이는 간단히 코드 몇개 바꿔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데 복지부가 너무 밀어부치기식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대학병원 보험심사부장은 "안 그래도 연말이면 신년에 도입되는 수가체계를 반영하느라 분주한데 갑작스럽게 이를 시행하라면 어떻게 하느냐"며 "시행 시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응급의학회 이강현 이사장은 "각 병원마다 전산화 부분에서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며 "일단 시행하되, 전산으로 연동해서 진행하는 것은 심평원, 공단 등에서 유예해주는 등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