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을 강제화한 일명 '신해철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분쟁조정을 경험한 의사의 고백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해당 의사는 "(강제 조정이) 중증상해에 국한한다고 하지만 점차 중증상해의 범위는 넒어지고 넓어져서 의료행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면서 신해철법은 헬게이트라고 못을 박았다.
19일 SNS를 통해 의료분쟁조정을 경험한 의사의 글이 이슈화되고 있다.
안과의사로 자신을 소개한 A의사는 "백내장 수술 후 만족하지 못하는 환자로부터 의료분쟁 조정을 경험했다"며 "그 환자는 원래 녹내장이 있었고, 수술 후에도 침침하는 이유로 저를 분쟁 조정원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가 적어낸 제소 취지가 배달되고 그것을 읽는 내내 손은 떨리고, 마음은 분노로 휘몰아쳤다"며 "그 일을 당한후 환자는 더 이상 환자로 보이지 않았고, 잠재적인 고발자. 언제 내 등에 칼을 꽂을 지 모르는 사람이 됐다"고 고백했다.
제소의 취지가 의학적으로 말이 안될 뿐 아니라, 이를 처리하는 중재원의 태도 역시 "뭔가 문제가 있었으니, 환자가 이러는 것이 아니겠냐"는 식이었다는 게 그의 주장.
A의사는 "과거에는 조정 신청을 무시하면 자동으로 기각됐지만 이제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신해철법의 취지다"며 "(강제 조정 대상인) 중증상해란 대체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예를 들어 안과수술을 한 다음에 실명을 했다면 이것은 상식적으로 중증상해에 해당하지만 안과 수술 후 실명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매우 많다"며 "일반적인 백내장 수술조차도 실명 확률이 0.1%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망막수술의 경우 망막조직의 특성으로 인해 이보다 실명 확률이 훨씬 높아 무과실을 포함해 5%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예전에는 포기하고 말았던 케이스들이 환자나 환자 보호자 중의 제기로 인해 분쟁조정의 심판대에 오른다면 안과 수술은 더이상 존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분쟁조정 제기에 필요한 환자 측 비용이 적어 남발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A의사는 "환자가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비용이 청구액의 0.2%에 불과해 1억원을 청구하는데 20만원이면 된다"며 "그마저도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환자에게 반환되기 때문에 환자로서는 '한번 찔러서 손해볼 것이 없는' 최고의 장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인이 모든 조사 절차와 자료 제출에 강제적으로 응해야 한다"며 "정부는 중증상해에 국한해 강제 조정을 한다고 하지만 점차 중증상해의 범위는 넓어져 의료행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줄 것이다"고 예상했다.
그는 "신해철법은 헬게이트로 그런 지옥같은 환경 속에서는 방어진료, 방어수술, 선별수술, 3차기관 이송 등이 현실적인 살 길이 될 것이다"며 "수술을 계속 할 수 있을지, 환자나 보호자를 믿을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앞으로도 의사를 더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