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심사를 국민건강보험 진료비를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는 방안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손의료보험의 적정성 심사는 결국 민간보험사의 이익과 직결되는 만큼, 공공기관이 민간보험사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24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쟁점과 의료계 대응방안' 연구 결과를 공개하고 정책의 문제점 지적과 의료계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소의 심사위탁 문제는 크게 ▲환자의 건강권과 의료기관 진료권 침해 ▲가입자 부담 증가 ▲소비자 권리 침해 ▲공공기관의 의료기관 부당 규제 ▲공보험의 보장성 확대 저해 등이다.
연구소는 먼저 심사 위탁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연구소는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공보험 조직을 이용하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이는 민간보험사가 공공기관에 보험사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활동을 요구하는 행위"라고 못박았다.
연구소는 "실손의료보험의 적정성 심사는 결국 민간보험사의 보험금 지출 감소 등 보험이익과 직결된다"며 "따라서 이는 보험사의 책임 떠넘기기 행태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발판을 마련해 주는 행위다"고 비판했다.
결국 국가의 공공기관이 민간 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는 게 연구소의 판단.
연구소는 "지금도 보험료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만일 보험료 지급 심사를 공공기관에서 하게 되면 보험료 지급 심사는 강화될 것이고, 소비자가 받고 싶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연구소는 "민간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 또한 사실이 아니다"며 "보험사가 주장하는 손해는 보험사들이 기대한 이익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3년 국회예산정책처 '건강보험사업평가' 보고서는 2010년 기준 건강보험 지급률은 110%인데 반해 민간보험 지급률은 40~50%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구소는 "통계에 의하면 민간보험사들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약 4122억원의 실손의료보험금 지연 지급으로 인한 부당 이자 이익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민간보험사는 손해율 보전을 위해 가입이 아닌 갱신 시 엄청난 보험료 인상을 진행한다"며 "A 보험사는 최초 가입에서 2회 갱신 때 47%를, 가장 적게 인상시킨 B 보험사마저 36.3%를 인상시켰다"고 비판했다.
한편 심사 위탁을 저지하기 위한 제안도 뒤따랐다.
연구소는 "실손의료보험은 보험사와 가입자(국민)간의 사적 계약이므로 급여비의 청구와 심사는 사적자치 원리가 적용돼야 한다"며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에게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의무를 지울 수 없다는 점 또한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민간영역인 의료기관의 경제활동을 공권력을 활용해 제한하거나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국민의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심평원이 보험사 이익을 위한 기능 수행 역시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이슈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