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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 삼성서울병원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꿨다"

발행날짜: 2016-05-13 12:00:54

감염병 상시 감시 체계 구축…응급실·면회 시스템도 대공사

"마누라, 자식빼고 다 바꿔라." 지난 1993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신경영 전략을 발표하며 임직원들에게 제시한 화두다.

지난해 메르스에 속수무책으로 뚫리며 개원 이래 가장 쓰라린 경험을 했던 삼성서울병원이 또 다시 이 화두를 꺼내들었다. 병원 전체를 감염병 관리 체제로 전환하고 나선 것이다.

발열호흡기 진료소 상시 가동…응급실도 대대적 개편

우선 삼성서울병원은 병원을 찾는 환자가 거치는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응급실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응급 환자 진료 프로세스부터 새로 정립했다.

응급실 밖 별도 공간에 발열호흡기 진료소를 신축하고 응급실을 이용하는 모든 환자가진료소 내 선별진료실에서 고위험 감염병 의심증상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언제든 유입될 수 있는 신종 감염병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재도 보호장구를 갖춘 의료진을 24시간 배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만약 고위험 감염병이 의심되는 경우 응급실로 들여보내지 않고 발열호흡기진료소내 설치된 음압격리실 11곳에 격리하는 시스템이 운영된다.

응급실 확장 공사도 마무리됐다. 응급실과 맞붙어있던 기존 투석실 공간을 활용해 기존 404평에서 567평으로 넓어졌고 응급병상 수 역시 33개에서 65개로 늘었다.

음압격리병동도 대폭 늘어났다. 병원 전체에 음압격리병동을 별도로 구축해 8개를 구축했고 중환자실에도 2개를 배치해 총 10개의 전실을 마련했다.

발열호흡기진료소와 연계돼 운영되는 음압격리병동은 다른 일반환자에게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별도 건물에 지상1층부터 3층 규모로 따로 세워졌다.

감염병 환자와 직원의 이동 동선을 분리할 수 있게끔 출입문도 달리하고 엘리베이터 역시 각각 설치했다.

음압격리병동 내에서는 시간당 12회 이상 환기가 이뤄지고 있으며 최소 -2.5 파스칼의 음압차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중 구조의 출입문 또한 자동 개폐장치를 달아 한 번에 하나씩만 열리고 닫히게 조치해 오염이 전파되거나 확산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했다.

특히 고위험 감염병 환자 진료에 대비하여 사전에 철저히 훈련된 의료진이 진료를 담당할 수 있도록 전담의료진(의사는 전문의로 구성)을 구성하고, 정기적인 교육과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면회객 통제 시스템 마련…감염병대응센터 발족

전염병 확산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던 면회 문화도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체 병동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한 것. 이러한 슬라이딩 도어는 그동안 제약 없이 병동을 드나들었던 면회객들에게 물리적, 심리적 차단벽 역할을 한다.

각 병동 입구에 설치된 슬라이딩 도어는 병원 입원시 환자에게 나누어주는 손목형밴드와 보호자 1명이 목걸이 패용하는 RFID카드로만 열린다.

일반 면회객들은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에 2시간 동안만 방문이 허용되며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추가로 면회가 가능하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슬라이딩 도어는 공용 복도와 구분돼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안정을 필요로 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환자와 보호자, 면회객들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서울병원은 감염병대응센터를 신설하고 병원의 감염병 대응을 위한 체계와 기능을 강화했다.

감염병대응센터에는 기존 감염관리실 외에 감염 전문의 3명이 감염 예방과 관리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감염병대응센터는 평상시 의료관련감염 예방 활동 등의 기존 감염관리실의 기능 외에 추가로 신종 감염병 등 고위험 감염병의 발생 동향 모니터링과 감염병 예방 교육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한 고위험 감염병 환자 발생 시를 대비한 모의훈련 및 전담팀에 대한 교육을 주관할 뿐 아니라 유관기관과의 공조체계 구축 등 감염병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한 제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특히 주간 감염병 최신 정보를 매주 월요일 발행해 주요 해외 유입 감염병과 국내 유행 감염병의 발생 동향을 분석하여 업데이트하고 주요 감염병 예방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권오정 원장은 "이러한 후속대책은 환자안전을 지키기 위한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믿는다"며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면 보태고 놓친 부분은 없는지 챙겨나가며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늘 명심하고 지켜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