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중| '간호인력난' 시한폭탄 안고 질주하는 병원계
메르스 후속대책으로 급물살을 탄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병원계 간호간병서비스에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병원계 불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바람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상> 대학병원들 급물살 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중> 이미 시작된 상급종합병원, 간호사 쏠림 현상
#1. 전라북도 군산에 위치한 동군산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려고 간호사 채용에 나섰지만 높은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발만 구르고 있다.
동군산병원은 300병상 규모. 하지만 이미 간호인력난으로 1개 병동(약 50병상)은 닫은 채 253병상만 가동 중이다.
현재 간호등급은 5등급. 앞서 6등급이었으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도입하려고 최근 간호사를 추가 채용하면서 5등급을 맞췄다.
하지만 여전히 간호간병서비스를 시행하기에는 기준에 맞지 않은 상황. 추가로 간호사를 채용하고 싶어도 지원자가 없다.
답답한 마음에 간호사 급여를 월 30만원씩 인상하고, 당직은 월 6회로 줄이는 반면 휴일 10일 이상 늘려도 감감무소식이다.
동군산병원 이성규 병원장은 "솔직히 중소병원에선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면 병원 운영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2.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1972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지역 병원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왔지만 최근 전에 없던 간호사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초부터 4월말까지 총 10여명의 간호사가 사표를 냈다.
라기혁 홍익병원장은 "간호사 이동이 요즘처럼 잦았던 적은 없다"면서 "사직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시기적으로 최근 확대 중인 간호간병서비스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상급종합병원가 간호간병서비스 도입을 시작하거나 검토하면서 중소병원의 간호사 이탈 조짐을 보인다는 게 그의 얘기다.
라 병원장은 "한 때 간호 2등급이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얼마 전 4등급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3등급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면서 "다시 4등급으로 떨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중소병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아무리 의지를 갖고 안간힘을 써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성규 동군산병원장은 "간호사를 채용해서 간호간병서비스를 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만만치 않다"면서 "병실 간호사 업무를 줄여주고자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 보조인력까지 보강했지만 소용이 없다"고 전했다.
이는 정부도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간호간병서비스 평가, 심의 역할을 맡고 있는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지방의 중소병원은 간호사 채용이 어려워 시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시행 병상 수는 목표치에 근접해 있지만, 요양기관 수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현재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지정 현황을 살펴보면, 현재 시행 중인 병상 수는 1만 1689병상인 반면 참여 기관은 161곳에 그친다.
특히 종합병원의 경우 지역별로 서울 15곳, 인천·경기 34곳인 반면 대전·충청지역은 10곳, 대구·경북은 7곳, 제주·강원은 4곳 뿐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병상 수는 계획대로 증가하고 있지만 요양기관 수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지방 중소병원은 간호사를 구할 수 없는 한계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실 간호간병서비스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지방의 중소병원 참여가 높아야하는데 아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