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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조차 모호한 의료분쟁법 의사·환자·정부 모두 갸우뚱

발행날짜: 2016-07-01 05:00:59

토론회에서 모두가 물음표 던져 "누구를 위한 법인가"

|메디칼타임즈 창간 13주년 기념 정책토론회|

"의료분쟁조정법 자체를 보면 명확하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법 개정을 추진한 주체는 누구죠?"

"환자, 시민단체도 제안한 적이 없습니다." "의료계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른바 '신해철법', '중환자기피법'이라 불리며 의료계와 환자 사이에서 큰 논란을 안기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

그러나 정작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추진한 주체는 직접적인 당사자인 의료계 혹은 환자, 시민단체 그 누구도 아니었다.

지난 30일 메디칼타임즈와 서울대병원 주최로 열린 '의료분쟁법 자동개시, 의료계 진전인가 퇴보인가' 주제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주제가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즉 의료분쟁조정법을 추진한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의 경우 지난 19대 국회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이 관련된 법률을 대표발의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토론회 좌장을 맡은 서울대병원 윤영호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의료라는 자연적 과정에 의해 발생한 장애나 사망을 어떻게 구분할 것이라는 법적 불확실성에 대한 지적이 있다"며 "법 개정을 추진한 주체가 누군가. 분명 주체가 있어 국회에서 적극 발의했을 것"이라고 질문을 토론자들에게 던졌다.

하지만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계, 환자단체, 정부 누구도 법안을 추진한 주체라고 나서지 않았다.

결국 의료분쟁조정법의 시작이 직접적인 당사자라고 볼 수 있는 의료계와 환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환자, 시민단체가 제안한 적이 없다"며 "오제세 의원실에서 발의할 때는 어떠한 집단에서 요구한 것은 아니며, 김정록 의원실의 경우 신해철 유족들이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의료분쟁 자동개시 대상인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환자에 대한 근거를 두고 토론이 이어졌다.

복지부 정영훈 의료기관정책과장은 "1개월의 근거와 관련해 중상과 경상을 나누는 기준이 애매하고 모호하다"며 "모호함을 해소하기 위해 확실하게 하위법령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1개월의 의식불명은 의료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의협 이우용 의무이사는 "1개월도 문제지만 의식불명이 큰 문제다. 식물인간으로 의식불명이지만 그 이후에 깨어나는 환자도 많다"며 "상당히 큰 논란이 의료계에 예상된다. 1개월의 의식불명을 놓고 어떻게 법에 적용할 것인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계, 환자 모두가 불만인 의료분쟁조정법

이어진 플로어 토의에서도 의료분쟁조정법을 둘러싼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이라고 소개한 한 청중은 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를 통해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의료진의 적극적인 설명이라며,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청중은 "의료인들을 악의 축으로 몰고 싶은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환자 가족으로서 환자에게 했던 처치에 대한 합당한 설명을 듣고 싶은 것"이라며 "환자처치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길 바라는데 진료기록을 보면 환자와 가족들은 알 수가 없다. 환가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의료인들의 회피가 아니라 적극적인 설명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의료분쟁조정법 자체가 환자를 위한 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법을 의사가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오히려 환자들에게 너무 부당한 법"이라며 "환자들은 처음부터 돈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현재 환자들은 의료사고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의료계의 경우 현재 기피과로 불리며 전공의 수급이 어려운 이른바 '메이저과'들의 어려움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흉부외과학회 심성보 이사장(성바오로병원)은 "치료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하기도 하고,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정의가 명확해야 한다"며 "생명을 다루는 과에서 사망에 이르는 과정은 치료의 과정이다. 그것도 자동개시되야 하는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특히 심 이사장은 "한명의 전문의를 키워내기 위해선 10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외과 지원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과는 환자 생명을 직접 다루는 과목으로 이번 의료분쟁조정법에 직접적인 피해를 받을 수 있다. 생명을 다루는 이른바 메이저 과목에 대한 지웒은 하지 않고 이런 법이 나오는 것은 전・후가 바뀐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정책토론회에는 200여명 이상의 의료계 및 법조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이른바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의료분쟁법에 대한 의료계와 환자의 관심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