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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법의 또 다른 이름은 중환자기피법"

발행날짜: 2016-07-15 05:00:57

복지부, 의학적 타당성 자문 요청키로…의견수렴 자리 마련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 제정을 앞두고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 법이 시행되면 왜 중환자 기피법이 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한창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당장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환자의학과 이외에도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한 장애 1등급의 세부적인 기준을 두고 안과 등 타과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TF를 구성해 의사회 및 학회별로 의견 수렴을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환자의학회 등 각 학회가 구체적인 사례와 근거를 취합, 정리 중에 있다.

흉부외과학회 또한 이사회를 통해 이번 사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산부인과도 의료분쟁법 하위법령 제정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부인과학회 신정호 부대변인은 "선진국에서도 분만 중 산모 10만명당 10명이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듯이 분만 과정은 돌발 변수가 많은데 모두 의료분쟁으로 간다면 누가 분만에 남겠느냐"고 토로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중환자 진료와는 무관해 보이는 안과에서도 장애 1등급 기준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가령, 안과 망막박리술의 경우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실명 위기에 처한다. 이를 막고자 수술을 하지만 환자의 상태 등 여러가지 이유로 수술에 성공하지 못해 실명에 이르렀을 때 의료분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 대학병원 안과 교수는 "망막박리술은 실명이 될 우려가 있어 응급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의료분쟁으로 이어진다면 어떤 의사가 나서겠느냐"라면서 "응급 망막박리술은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을 택할 수 있다"고 했다.

망막박리술은 안과 수술중에서도 최고 난이도. 의료적 실수가 아니더라도 환자의 눈 상태 등 여러가지 변수로 수술에 성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응급 수술을 하다 자칫 수술에 성공하지 못했을 때 의료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 누가 나서겠느냐"고 했다.

각 진료과별로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환자 즉, 생명을 다루는 주요 진료과에 대한 기피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산부인과학회 신정호 부대변인은 "분만하는 산과의사들 이외에도 내과, 흉부외과, 일반외과 등 생명과 직결된 전공과목은 인기과도 아닌데 이를 계기로 더욱 기피과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우려가 높다"고 전했다.

중환자의학회 홍상범 총무이사는 "중환자의학과는 지금도 기피현상으로 의료진의 업무 과부화 상태로 의료분쟁에 휘말려 쫒아다니면 진료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면서 "이에 대해 학회 내부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왜 의사의 진료를 위축시키는가에 대해 의학적으로 어떤 근거가 있는지 각 진료과별로 자문을 구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만간 각 진료과별로 의학적 자문을 구해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면서 "이후 의료계는 물론 환자단체 등 관련 직역단체를 한자리에 불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