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탈리스트 즉,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연착륙하려면 의대교수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병원계에 따르면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기관으로 선정된 31개 의료기관 중 상당수가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그 원인 중 하나가 호스피탈리스트의 역할이 모호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 의대 교수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사실 지금까지 의대교수들은 '내 환자'라는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병동에 호스피탈리스트라는 새로운 직군에 대해 내 환자를 대신 봐주는 전임의 혹은 보조인력이라는 인식이 강한 분위기.
실제로 대한내과학회 이동기 총무이사는 최근 열린 호스피탈리스트 2차 설명회에서 "내가 근무하는 병원(강남세브란스) 내과 교수를 대상으로 의견을 확인한 결과 호스피탈리스트와 역할을 분담하겠다는 생각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진료 특성상 심장내과의 경우 호스피탈리스트에게 역할을 분담하겠다는 교수는 0%였으며 역할 분담 의향이 있는 교수도 비중은 20%에 불과했다는 게 그의 전언.
수 십 년간 내 환자는 내가 책임진다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병동 현실은 호스피탈리스트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 교수들은 외래 진료 및 시술, 연구 등으로 병동 환자까지 케어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동기 총무이사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연착륙하기 위한 핵심은 입원환자 관리에 대한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충북대병원의 사례를 예로 들며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초기에는 교수와 역할분담을 두고 어려움을 겪었지만 서로 신뢰하고 협력관계가 형성된 이후에는 자리를 잡았다"고 전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텝 즉 교수와 호스피탈리스트가 상하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력자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내과학회는 호스피탈리스트의 역할 범주에 ▲입원환자의 진단 및 치료계획 ▲입원환자의 진단 및 치료에 필요한 처방을 결정하고 지시하며 시행 및 감독 ▲ 비침습적 검사(심전도, 초음파)시행을 결정하고 1차적으로 판독 ▲ 침습적 검사 및 치료술기(각종 천자, 조직검사, 중심정맥관삽입 등) 시행을 결정하고 직접 시행 및 감독 ▲응급상황시 응급치료 주도적 수행 등을 포함시켰다.
사실상 입원한 환자에 대한 모든 의학적 판단 및 치료 결정권을 준 셈이다.
이동기 총무이사는 "입원환자 또한 자신의 주치의에 대한 충성도 때문에 병동 내 주치의에 대해 어색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해 환자를 위한 지침도 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병동 환자들은 자신의 질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어하지만 교수들은 오전 회진 이외 환자를 돌볼 수 없었다"라면서 "이것이 호스피탈리스트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호스피탈리스트를 새로운 직군으로 존중해줘야한다. 학회차원에서 관리감독을 할 순 없지만 계속해서 의료진을 설득해나가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혈액종양내과)는 "교수들이 호스피탈리스트를 전공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전임의로 받아들여선 이 제도가 정착할 수 없다"면서 "교수들의 지시를 받는 대상이 아닌, 병동을 책임지는 새로운 직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