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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가정의학과 등 "SSRI 항우울제 처방제한 폐지하자"

발행날짜: 2016-10-12 12:01:59

8개 학회 국회토론회서 우울증 약물치료 규제 완화 한목소리

"왜 SSRI 항우울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외 60일 처방 제한을 두는가."

이같은 의문을 가진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 전문의들이 12일 자살예방과 우울증 치료를 위한 국회토론회에 모였다.

이날 토론회는 정신과 이외 내과, 신경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도 항우울제 처방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한내과학회 대표로 참석한 최호순 교수(한양대병원)는 "대부분의 만성질환이 우울증을 동반,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1차의료 중심으로 만성질환관리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내과, 가정의학과 등 개원의들이 자살률 1위 원인인 우울증 관리에 제약을 받아야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내과는 약물로 환자를 치료하지만 어떤 약도 내과만 써야한다거나 몇주이상은 타과 전문의 처방을 제한하는 약물은 없다"면서 "특히 부작용이 크지 않는 약물인데 왜 제한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대표로 나선 조대현 교수(대전성모병원)는 통증환자의 우울증은 결국 자살률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처방 제한을 완화할 것을 주장했다.

통증환자의 경우 우울증이 높고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급기야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는 게 그의 설명. 즉,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을 줄이기 위해 통증환자의 우울증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세계적으로도 SSRI항우울제 처방은 만성통증환자의 우울증 치료에 흔히 사용하며 치료 효과에도 매우 높다는 연구보고가 많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개인적으로도 만성통증환자를 치료하면서 항우울제 처방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처방 제한으로 하지 못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가정의학회 이준형 기획이사는 가정의학회원을 대상으로 실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일차의료 전문의로서 우울증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261명 중 248명(95%)가 "우울증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중 직접 처방했다는 답면이 144명(59%), 정신과(병의원)의뢰가 101명(41%)을 차지했다.

또한 직접 처방했다고 답한 의료진의 89명(54%)가 "항우울제 처방 보험기준에 따른 처방제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 기획이사는 "일차의료에서 우울증 환자만 잘 관리해도 자살률 OECD 1위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텐데 아쉽다"라고 전했다.

이날 주제발표에서 대한뇌전증학회 홍승봉 회장(삼성서울병원)은 "해외의 경우를 살펴보면 SSRI항우울제의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우울증 치료율이 크게 상승했다는 연구보고가 있다"면서 "그럼에도 항우울제 처방을 제한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SSRI항우울제 사용을 제한함에 따라 자살기도에 주로 사용되는 TCA항우울제가 다른 국가에 비해 3.5배 더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홍 회장은 SSRI처방 제한만 폐지해도 자살률 20~30%는 감소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부작용이 적고 안전한 SSRI항우울제 투여를 제한하고 TCA항우울제 사용을 유도하는 국가는 한국 뿐"이라면서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SSRI항우울제 처방 제한을 폐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밖에 소아과학회, 산부인과학회, 뇌신경재활의학회도 의견을 같이하며 처방제한 주장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