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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가 말하는 분쟁 자동개시 의료감정의 민낯

발행날짜: 2016-11-29 12:00:29

이경석 의학회 장애평가위원장, 감정부 역할 강조…교육과정 제안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당장 내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이를 감정할 인프라는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경석 의학회 장애평가위원장
대한의학회 이경석 장애평가위원장(순천향대 천안병원)은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 11월호 기고문을 통해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와 관련해 의료감정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진료업무와 연구에 매달리기에도 바쁜 임상교수들은 감정하는 일이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소위 잘나가는 명의들은 의료감정에 눈길 한번 안주는 게 현실.

현재 의료감정 역할은 대부분 의과대학 교수들이 맡고 있지만 임상진료에 바쁜 교수들이 상식만으로 의료감정을 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게다가 동료의사를 조사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도 감수하고, 의학이 발전하는데 공헌한다는 사명감이 없이는 힘들다.

이 장애평가위원장은 "의료감정 전문가를 급조할 순 없지만 학회나 연수교육을 통해 의료사고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면서 의료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의료감정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칫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받기 쉽지만 지나치게 엄격하면 법망을 피하기 위한 방어진료가 유행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을 시행하면 자동개시로 인해 조정건수가 증가하고, 조정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의료사고 내용을 조사하는데 이때 감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감정부는 100~300명으로 구성된 의료사고 감정단에서 해당 의료사고와 관련된 의료인 2인을 선출하고 법조인 2인, 소비자 대표 1인을 포함해 5인으로 운영한다.

이 위원장은 의료감정 과정에서 의료사고를 조사하는 의료인 2인의 의학적 전문지식과 견해가 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좋은 제도도 중요하지만 이를 제대로 운용할 사람이 없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면서 "이 상태로는 급증하는 의료분쟁의 조정과 중재요청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고도의 전문지식과 의료현실에 대한 풍부한 경험은 물론 의료분쟁이나 법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을 양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