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처벌이 강화되고 김영란법까지 더해지면서 대학병원 송년회의 모습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공연히 구설수에 오를까 병원 앞을 피하는 것은 물론 전공의들까지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것을 넘어 아예 금지령까지 내려지는 쓸쓸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
A대학병원 진료과장은 12일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의국내 간호사까지 다 모여서 송년회를 했었는데 올해는 스텝만 따로 모여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분위기가 하수상하니 문제될 것이 없는 자리를 만든 셈"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아마 술도 서로 각출해 조촐하게 자리를 만들 것 같다"며 "다들 서운한 맘도 있는 것 같지만 대규모 회식 등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위기로 북적이던 병원 인근 음식점들은 연말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병원 근처를 찾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현상 때문이다.
실제로 B대형병원 앞 먹자 골목은 이미 활기를 잃은지 오래다. 하다 못해 저녁식사까지 근처로 오지 않으면서 아예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
B병원 임상 교수는 "오죽하면 회식은 물론 간단한 저녁자리까지 굳이 먼 곳으로 잡는 상황이 벌어지겠느냐"며 "서로 얼굴과 소속을 다 아는 상황이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는 모임인데도 공연히 구설수에 오를까 아예 엉뚱한 장소를 잡곤 한다"며 "오죽하면 C병원 사람들은 우리 병원 앞으로 오고 우리는 C병원 앞으로 간다는 농담이 나오겠느냐"고 털어놨다.
일부 병원들은 아예 송년회 금지령을 내린 곳도 있다. 지급되던 회식비도 김영란법에 의해 아예 없어졌다.
혹여 문제가 생길만한 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 부서에 지급됐던 법인카드도 모두 사전 승인으로 바뀌었다.
한동안 없어졌던 영업사원 출입 금지령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법안 시행 초기가 가장 위험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D대학병원이 대표적인 경우. 이 병원은 아예 의국내 송년회는 물론, 모든 회식과 저녁자리를 금지하고 영업사원 만남을 자제할 것을 당부한 상황이다.
D대병원 보직자는 "병원의 결정이 아니라 재단의 결정"이라며 "아예 대학내 모든 교수들의 저녁 활동을 통제하라는 원초적인 지침이 내려왔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그는 "아마 연말연시 분위기에 혹여 느슨하게 생각해 문제가 생길까하는 우려가 아니겠나 싶다"며 "몇년 전부터 주는 것 없이 옥죄기만 하니 교수 사회 분위기가 상당히 다운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