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공채 시즌의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MR(제약영업)직군 채용 공고는 갈수록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 김영란법, 강화된 공정거래 자율준수(CP) 등으로 수익 창출을 위한 '접대형 영맨'의 수요가 점차 줄고 있기 때문.
수 년째 수시 채용으로만 MR 공백을 충원하는 회사가 생겨나는 한편 영업직군의 이직률이 한 자리 수로 떨어지는 등 영업직군의 설자리가 좁아지는 분위기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수 년간 영업사원 공채 횟수 축소에 이어 공채 인원마저 줄이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A 제약사 영업직 관계자는 "5년 전 10명의 영업사원을 뽑은 이후 지금까지 공채가 없다"며 "이후로는 인력 공백이 생길 때마다 경력직을 수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도 MR 인력을 최대한 줄이는 분위기"라며 "쌍벌제나 강화된 CP 등으로 의사를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을 뿐더러 수익을 창출하는 접대형 영업마저 줄어든 게 요인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쌍벌제 시행 전 10% 대를 넘겼던 MR의 이직률이 최근엔 2% 내외로 줄어들었다"며 "이런 부분도 영업직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방증이다"고 덧붙였다.
B 제약사도 연간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하던 공채를 4년 전부터 하지 않고 있다.
B 제약사 관계자는 "2000년 초반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상반기, 하반기 나눠서 공개채용을 했다"며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어 인력 공백이 생기면 그때마다 채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에는 영업력이 막강한 국내 제약사라고 하면 보통 연 50명 정도는 기본으로 뽑았고 외자사도 규모는 작지만 10여명 안팎은 됐다"며 "지금은 회사가 매출이 나오는 약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별 신경을 안 쓰는 눈치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한국제약협회가 발간한 '2016년 제약산업 데이터북'을 분석한 결과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제약사의 고용 인원이 주로 연구·사무직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사무직 인원수는 총1만 4426명에서 2015년 1만 9115명으로 32.5% 증가하고 연구직은 8765명에서 1만 1057명으로 26.1% 증가한 반면 영업직만 4.9%로 정체 현상을 빚은 것.
의약품 품목 수 증가나 로컬 병의원 증가 등의 자연증가분을 고려하면 영업직의 신규 채용은 정체 내지 되레 퇴보한 셈이다.
업무 강도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C 제약사 MR은 "과거 MR은 얼굴을 맞대고 술을 마시는 등의 접대형 수익 창출 방식이 많았다"며 "지금은 약의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MR(Medical Representative, 의약정보담당자)로 역할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과거처럼 접대형 세미나에서 얼굴도장만 찍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업무 시간 외 디테일 기안 작성, 서베이 요청 등 내근, 서류작업이 늘었다"며 "개인 당 담당해야 하는 업무의 폭이 넓어진 만큼 업무 강도 역시 늘어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