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대형병원들이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혹은 운영을 위해 응급실 체류시간을 무리하게 조정함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응급실 과밀화 해소를 위해 체류시간을 단축했지만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A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최근 무리한 응급실 체류시간 조정에 따른 피로감이 크다"며 "병원에서는 응급실 체류시간 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했는데, 병동 입원환자들의 민원이 엄청나다"고 하소연 했다.
최근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확대에 따라 지정 혹은 운영을 위해 자체적으로 응급실 체류시간을 2시간 이내로 설정하는 병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건복지부에서는 메르스 사태 이 후 대형병원 감염관리 강화 차원에서 응급실에서 24시간 체류하는 환자들이 일정 비율을 넘으면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취소하는 등 기준을 확대하기도 했다.
무리한 응급실 체류시간 조정에 경기도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집단 파업에 나선 사건도 발생했다.
응급실 의료진이 구체적인 환자상태에 대한 협의없이 입원명령을 내리면서 업무로딩이 늘어난 내과, 외과 등 각 진료과 교수나 전공의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A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주간에 응급실 체류시간을 조정하는 것은 관련이 없지만 야간에는 다르다"며 "새벽 2시에 환자의 응급실 체류시간이 2시간을 넘어 감점 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응급의학과에서 갑자기 환자를 입원실로 올리면 민원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응급실 체류시간 문제로 입원실로 올린다고 해도 1인실로 옮기기도 힘들다. 6인실이 있는데 1인실로 옮겼다가는 민원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결국 다인실에 입원해 있는 다른 환자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야간에 무리하게 응급실 환자를 다인실 입원병동으로 옮기다 보니 입원해 있는 다른 환자들에게 까지도 취침 등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체류시간 문제로 환자를 야간에 입원병동으로 옮겨도 환자 바이탈 체크 등은 해야 한다. 이로 인해 다른 환자들도 제대로 취침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결국 해당 환자들의 민원은 입원병동 전공의나 간호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 체류시간이 문제가 된다면 차라리 야간에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편이 더 낫다"며 "정부의 이상한 제도로 인해 의료 인력들만 피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