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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평가 13인 의결기구 출범…"병원신임위 축소판"

이창진
발행날짜: 2017-01-14 05:00:59

의협·전공의 3명 불과…"복지부 실국장 참여로 위상 제고해야"

[초점]수련환경평가위원회 출범 의미와 전망

전공의 수련환경을 평가하는 위원회가 마침내 공식 출범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평가 최고의결기구로 독립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위원회 구성과 위상을 비춰볼 때 병원신임위원회 축소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공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는 13일 서울역 인근 LW 컨벤션센터 중회의실에서 제1차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개최했다.

복지부는 앞서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통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에 관한 법률'(일명 전공의특별법) 하위법령을 심의, 의결하고 23일부터 법 시행에 들어갔다.

전공의특별법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전공의협의회와 의사협회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 등 보건의료계 많은 이들의 노력과 땀방울이 합쳐 탄생한 결과물이다.

이는 지난 40여년 넘게 위탁 운영한 병원협회 수련업무 개입 종식과 수련병원 원장 중심의 병원신임위원회 폐지를 의미한다.

전공의특별법에는 주 80시간으로 대표되는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을 비롯해 수련계약에 수련규칙 및 보수 외 수련계약 기간, 수련장소, 수련계약 종료와 해지 및 업무상 재해 등을 규정했다.

수련병원이 이를 위반할 경우와 수련환경평가 결과 2년 연속 일정기준 미달 경우 또는 수련환경평가와 관련한 자료 제출 또는 조사를 고의로 거부하거나 방해한 경우 지정 취소 규정도 명시했다.

법에 명시된 내용을 심의 결정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권한이 막강해진 셈이다.

첫 평가위원은 ▲의사협회: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 ▲병원협회:서울대병원 서창석 원장(개인 일정상 불참), 한림대의료원 이혜란 의료원장, 백중앙의료원 김홍주 의료원장 ▲의학회:차의과대 이수곤 교수, 서울의대 박중신 교수, 한림의대 황인홍 교수 ▲전공의협의회:기동훈 회장, 이상형 부회장 ▲전문가:중앙의대 임인석 교수, 서울아산병원 김재중 교육부원장, 중앙보훈병원 이정렬 원장 ▲복지부 이스란 의료자원정책과장 등 총 13명이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장 역할 규정.
이날 첫 회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개요 및 구성방안, 2017년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주요 일정, 수련환경평가 기준 개발 연구계획(안) 보고 그리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운영규정과 분과위원회 구성방안 심의 등으로 진행됐다.

초대 위원장에는 병원협회에서 오랫동안 수련업무를 담당해온 한림대의료원 이혜란 의료원장을 선출했다.

위원들 대다수가 단체와 학회, 수련병원 등에서 소위 수련업무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13인의 평가위원들이 공정하고 소신있는 결정만 한다면 수련환경 미래는 핑크 빚이다.

하지만, 해당 단체과 수련병원 이익에 치우친다면 상명하복, 학연과 지연 등으로 얽매인 의료사회 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전공의특별법이 지닌 의미를 13명의 평가위원 모두 명심해야 한다"면서 "안타까운 부분은 의사협회 위원이 1명, 전공의협의회 위원이 2명 등 총 3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전문가 위원 3명도 병원협회와 수련병원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며 의사협회와 전공의 위원 몫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복지부 과장으로 국한한 평가위원은 실국장으로 변경해 위원회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의에 참석한 이스란 과장(오른쪽)과 문상준 사무관(왼쪽) 모습.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혜란 의료원장의 중립성도 지켜볼 대목이다.

이혜란 의료원장은 병원협회 수련위원장과 의학회 이사 등 20년 넘게 수련업무를 지속해 온 전문가이나 수련병원과 학회, 즉 사용자 중심의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는 시각이다.

의사협회 소속인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는 "이혜란 의료원장이 위원장으로서 중립성을 지키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장 호선에 정치적인 면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 "다만. 첫 회의부터 각을 세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향후 회의에서 전공의 입장을 명확하게 개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아쉬움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상이다.

현재 이스란 의료자원정책과장이 복지부 위원으로 위원회 간사 역할을 담당한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차관이, 의료인 행정처분심위원회는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수련환경 업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복지부가 최소 국장급을 위원으로 지정했어야 했다"면서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상 제고를 위해 복지부 위원 직급을 실국장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3년간 전공의 수련환경평가를 심의 의결할 13인의 평가위원들 모습. 서울대병원 서창석 원장은 개인 일정으로 불참했다.
다른 관계자도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진통 끝에 탄생한 전공의특별법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눈앞에 이익 보다 후배 의사들 미래를 위한 소신있는, 발전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수련정책 수립 및 평가, 수련평가 및 개선, 수련병원 평가 등 분과위원회 설치를 의결하고 매달 회의를 정례화 하기로 했다.

평가위원들 모두 상견례를 겸한 첫 회의라는 점에서 분위기 익히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나, 다음 회의부터 현안 중심으로 논의한다는 점에서 상호간 의견충돌 등 적잖은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