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원에서의 입원 경험을 0점에서 10점 사이의 점수로 평가한다면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환자경험 평가 '설문지' 내용이 공개되자 병원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일 '2017년 제1차 환자경험 평가' 세부 추진계획과 함께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통해 진행할 '설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했다.
설문문항은 ▲영역별 환자경험 ▲전반적 평가 ▲개인특성의 3개 부문으로 구분, 총 24개로 구성됐다.
환자경험 평가 설문 내용이 공개되자 일선 병원들은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한 문항들이 적지 않다며 적정성평가 시행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의 A대학병원 관계자는 "예비평가를 진행하면서 수 없이 많은 문제를 제기했다"며 "하지만 심평원 본인들이 하겠다고 해서 의료평가조정위원회를 통과시키고 강행한 것 아닌가. 병원 입장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환자의 학력을 물어보는 것이 환자경험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솔직히 또 다른 문항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문제를 삼겠다면 끝이 없다. 그나마 병원들이 예비평가를 통해 문제를 제기해서 24개 문항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병원들은 향후 설문조사를 통해 환자경험 평가 결과를 도출할 경우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B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 개인이 병원의 전반적인 서비스에 대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병원별로 객관화해 발표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심평원이 너무 서둘러서 평가를 실시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심평원이 몇 개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예비평가를 진행한 것으로 아는데 본 평가를 진행한다고 해도 이를 객관화해 병원 등급으로 발표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평원 "예비평가 통해 문항 필요성 입증"
하지만 심평원은 환자경험 평가 전화조사 문항은 예비평가를 통해 유효성이 입증된 항목들이라고 설명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예비평가를 통해 24개 문항에 대한 통계적 유효성이 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개인특성 항목 중에서 환자의 최종 학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통계적 유형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즉 학력에 따라서도 통계적으로 유효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평원은 향후 전화조사를 통해 진행하는 설문 결과가 도출되면 의료평가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병원별 객관화 방법을 결정할 방침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대상 병원들을 등급화해 구분할 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화조사를 통해 하반기까지 결과를 도출한 후 참여 요양기관에 평가결과와 비교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일단 24개 문항 중 영역별 환자경험 문항인 19개 항목을 가지고 선형화 방식으로 점수를 부여해 요양기관별 결과값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평가결과를 참여 요양기관만이 아닌 전체 공개여부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았다"며 "공개방법, 범위, 평가결과를 등급화 하는 등 객관화 단계는 추후 의료평가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