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의 실적이 공시되고 있는 가운데 영업이익의 급감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영업익 87% 감소를 나타낸 한미약품을 비롯, 동아에스티가 적자 전환을, 한독이 영업익 당해실적 -70%를 기록하는 등 유망주들이 구멍난 실적으로 시장에 실망감을 남기고 있는 상황.
2015년을 정점으로 제약업계의 경기순환곡선이 후퇴기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과거 호실적이 '상대적으로' 현재의 영업익 급감을 부각시키는 등 실적 착시 효과를 낳는다는 분석이다.
유독 눈에 띄는 매출·영업익 상승을 공표한 일부 제약사들 역시 기저 효과나 결산분기에 따른 착시 효과에 기인하고 있다.
9일 잠정 실적을 보고한 국내 주요 제약사(코스피 상장)는 총 9곳.
영진약품을 시작으로 일동제약, 삼진제약, 일양약품, 녹십자, 환인제약,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한독이 실적을 공시했다.
문제는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증가를 기록한 제약사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9일 실적을 보고한 한독은 2016년 4분기 1028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3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억 65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9%가 하락한 수치다.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당기순이익의 하락도 초래했다. 한독은 4분기 20억원 당기순이익을 벌어 전년 동기 대비 56.9% 하락했다.
동아에스티는 적자전환이라는 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동아에스티는 4분기 매출액 1243억원, 영업이익 -64억원, 당기순이익 6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2%, 적자전환, -59.2% 감소를 나타냈다.
올해 초 대형 판권 교체로 매출 하락이 예견됐던 대웅제약은 나름 선방했지만 누계 실적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대웅제약의 4분기 매출액 당해 실적은 2131억원, 영업이익은 147억원, 당기순이익 14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9%, 70.2%, 22.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누계 실적은 7940억원, 영업이익 353억원, 당기순이익 3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81%, -35.7%, -38.6%를 나타냈다.
기술수출 신화의 주인공인 한미약품도 실적 하락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2016년 누적 매출 8827억원과 영업이익 268억원, 순이익 303억원을 달성했고, R&D에는 매출의 18.4%에 해당하는 1626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2015년 한미약품의 매출 1조 3175억원, 영업이익 2118억원, 순이익 1621억원의 기록에서 각각 -33%, -87%, -81% 떨어진 수치.
▲기저-기고 효과에 울고 웃는 제약사
수치로만 보면 상당한 하락을 경험한 셈이지만 이는 '기고 효과'에 따른 상대적 하락이라는 분석이다.
2015년 한미약품이 기술료 수익으로 매출액 및 영업이익에 계상한 금액은 총 5125억원.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모수가 커진 상태에서 2016년 기술수출 계약 수정으로 기술료 수익이 줄어들면서 급격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쉽게 말해 2015년도 매출이 좋았기 때문에 '기고 효과'에 의해 2016년 실적이 더욱 나빠 보인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2016년 의약품 사업은 자체개발 품목 로수젯, 에소메졸, 로벨리토, 한미플루 판매가 크게 증가해 6601 억원의 매출 실적을 달성했다.
로수젯이 196억원, 에소메졸 199억원, 로벨리토 132억원, 한미플루 204억원으로 총 731억원의 신규 매출을 발생시키는 등 내적 성장의 기반을 닦아 나갔지만 과거 기술료 수익에 따른 호실적이 이번엔 실적 부담으로 작용한 셈.
상위 제약사 중 흑자전환과 영업이익 대폭 상승으로 기대감을 모은 녹십자는 한미약품과 반대로 '기저 효과'라는 분석이다.
녹십자의 4분기 매출 당해 실적은 3209억원, 영업이익 89억원, 당기순이익 189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8.9%, 1466%, 흑자전환을 나타냈다.
문제는 영업익의 1466%에 달하는 증감율이 2015년 4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 2015년 4분기 녹십자의 영업익은 5억 7200만원에 불과해 2016년 4분기 큰 폭의 수치 상승은 기저 효과에 기반하고 있다.
평균 40% 대의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상승을 기록한 일양약품의 순항 역시 '착시 효과'에 기반하고 있다.
2015년까지 일양약품은 3월 결산 시스템을 활용했다. 3월 결산에서는 4월~6월까지가 1분기, 7월에서 9월이 2분기, 10월에서 12월이 3분기로 결정된다.
일양약품이 비교의 기준이 되는 전기 실적(45기 정기)으로 가져나온 것은 2015년 4월부터 12월까지의 자료.
반면 당기 실적 자료(46기 정기)는 2016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자료다.
쉽게 말해 전기 실적의 모수가 9개월로 작기 때문에 12개월로 잡힌 당기 실적은 매출, 영업익 증가분이 구조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
일양약품의 46기 매출액 당기 실적은 2616억원으로 45기 1862억원 대비 40% 증가했다.
45기의 9개월 분 수치를 12개월 분으로 보정, 적용하면 40%의 증가분은 5%로 줄어든다.
44.1% 증가한 46기 당기순이익 역시 보정, 적용하면 8%로 줄어든다.
기저-기고 효과와 기간 구분이 호실적과 악실적의 착시효과를 만들어 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