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약 트라젠타(성분명 리나글립틴) 관련 조성물 특허 무효를 제기한 국내 제약사가 무더기로 기각 처리됐다.
물질 특허 존속기간연장 무효 청구 실패에 이어 조성물 특허 무효화도 실패한 만큼 상대적으로 승소 가능성이 높은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으로 우회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트라젠타와 관련 '크산틴을 포함하는 약제학적 조성물 및 배합 제제, 및 약제학적 조성물의 제조방법' 특허에 도전장을 낸 제약사가 무더기 기각 처리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하나제약, 아주약품, 동구바이오제약, 국제약품, 안국약품, 알보젠코리아, 한화제약, 인트로팜텍, 일동제약, 삼일제약, 동화약품, 휴온스까지 총 12개 업체.
제2형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는 단일품목으로 지난해 500억원대 처방액을 기록할 정도로 대형 품목이다.
메트포르민과 리나글립틴 복합제인 트라젠타 듀오까지 트라젠타 패밀리 품목이 연 970억원대로 성장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앞다퉈 생동성 시험에 돌입하는 등 특허 만료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지난해 초 26개 국내 제약사들이 2027년 4월로 예정된 트라젠타 결정형 특허 무효 심판에서 승소, 제네릭 조기출시 기대감을 모았지만 3개월 전 특허 존속기간 연장 무효청구에서도 13개 업체가 고배를 마시는 등 특허의 벽에 쩔쩔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내사가 무효를 청구한 특허는 치환된 크산틴, 이의 호변이성체, 이의 입체이성체, 및 혼합물, 이의 전구약물 및 이의 염에 관한 것으로 유용한 약리학적 특성, 특히 효소 디펩티딜펩티다아제-IV(DPP-IV) 활성의 억제 효과에 대한 내용이다.
트라젠타의 물질특허는 2024년 6월 8일까지, 조성물 특허는 2023년 8월 18일까지다.
조성물·물질뿐 아니라 존속기간 연장 무효 카드가 봉쇄당한 만큼 특허 회피로 우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상대적으로 승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는 "특허 무효 실패 이후 특허 회피 청구가 일반적이다"며 "상대적으로 특허 무효보다는 특허 회피가 기각될 확률이 적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를 제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네릭을 출시하려는 후발 주자들의 특허권자 특허 침해 여부를 따지는 권리범위확인 심판 청구는 거의 필수적인 절차"라며 "따라서 다양한 제약사가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