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마지막 순간을 서류작성 하느라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가."
"한국은 가족중심의 문화가 있다. 가족이 반대하는데 어떻게 환자에게 직접 죽는다고 말할 수 있겠나. 이 과정에서 의사들 진통을 겪을 것이다."
현재 하위법령 입법예고 중인 연명의료법을 두고 일선 의료진들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입법 취지는 앞서 보라매 사건 이후 위축된 의사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줄여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자칫 패륜을 조장하는 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모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임종기와 말기의 판단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은데 대상이 아닌 경우 연명의료를 중단하면 3년 징역에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CPR(심폐소생술)을 조장할 수 있다"고 했다.
과도한 벌칙조항이 오히려 의료진의 판단을 위축되게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제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는 법 해석 부분이다.
연명의료법에 따르면 연명의료계획서에 직접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통해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녹취해 기록해 관리기관에 통보해야 한다.
이를 두고 의료진들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어떻게 녹음기를 갖다 대고 진술을 받아 녹취를 하란 얘기"라며 현장에서 윤리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모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실제로 불가능한 얘기"라면서 "죽음을 코앞에 앞둔 환자에게 녹음기를 갖다대는 것은 윤리를 떠나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에도 가족이 대신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도 가족이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 최선의 치료방침을 정하는 것을 기본으로 두고 있을 뿐이다.
반면 연명의료법은 환자의 의식이 있는 경우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려면 환자 본인 이외에는 그 누구도 위법이다.
환자 본인이 자신의 죽음을 결정한다는 취지이지만 기존의 의료현장에서의 문화와 크게 다르고 또 지키지 않을 경우 벌칙조항이 강력하다보니 계속해서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다.
앞서 연명의료법 공청회에서 지적된 불필요한 각종 서식 또한 계속해서 언급되는 부분.
환자의 임종을 곁에서 지켜야 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환자가 사망전 각종 서식을 작성하느라 가족과의 마지막 대화할 기회조차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다.
한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임종기 단계에 작성해야하는 서식이 7가지가 있다. 서류작성 하느라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이 충분히 의사소통을 하지 못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은 호스피스 관련 법은 오는 8월, 연명의료 관련 조항은 내년 2월부터 시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