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의사가 수술 건수를 자랑하는 시대가 지났어요. 얼마나 좋은 논문을 내는가가 중요한 시대죠. 후배들이 맘껏 논문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제가 해야할 일이죠."
대한대장항문학회의 새로운 수장에 오른 이우용 신임 이사장(성균관의대)은 학회의 새로운 청사진을 이같이 제시했다.
이미 진단과 치료, 수술 등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술기에 연연하기 보다는 더 풍성한 학술적 토양을 만드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이 이사장은 "불과 몇년전만 해도 누가 얼마나 수술을 많이 햇는가가 중요한 척도가 되던 시대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 그러한 시대는 저물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이제 세계적으로 얼마나 좋은 논문을 내는가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라며 "학회를 맡은 이상 이러한 토양을 만드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취임하자 마자 전국 병의원에 흩어져 있는 대장암 환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와 조직, 유전체 정보를 한데 모으는 작업에 들어간 것도 같은 이유다.
이를 통해 한국형 대장암의 실체를 살펴보고 나아가 조직과 유전체의 특성까지 파악한다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엄청난 데이터를 보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우용 이사장은 "전국적으로 대장암 술기는 크게 발달했지만 이에 대한 데이터는 전무한 것이 사실"이라며 "학회를 기반으로 이를 모으는 작업을 준비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데이터를 넘어 조직과 유전체 정보까지 한데 모으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시도인 만큼 성공한다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그는 우선 데이터베이스를 모으고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이사회를 통해 이에 대한 예산과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우리나라 의료환경의 특성상 데이터 확보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만큼 사업이 시작되면 상당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전국적으로 1년에 1만 2000건의 대장암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중 빅5병원의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여기에 서울권 대학병원 일부만 참여해도 전국 데이터의 60~70%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며 "타 국가들보다 데이터 확보가 수월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그는 후배들, 즉 주니어 스텝들이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논문을 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데이터가 구축되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 무늬만 세계화가 아닌 진정한 학회의 세계화가 가능해 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우용 이사장은 "이러한 사업은 당장의 성과가 아닌 10년 후를 바라보고 시작하는 것"이라며 "지금 전임의, 조교수들이 정교수가 될때 쯤 이러한 데이터가 엄청난 빛을 바랄 것이다"고 기대했다.
아울러 그는 "그들의 논문이 NEJM이나 란셋 등에 실리며 세계로 나아간다면 자연스레 대장항문학회도 세계적인 권위를 갖게 되는 것"이라며 "임기 내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이러한 토양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