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혈관 업체의 한국 내 철수 결정으로 심장수술 대란이 예고되면서 국내 보험정책의 문제점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에 철수를 결정한 고어 메디칼 측이 공급 중단을 결정한 주요한 원인으로 한국의 보험정책이 상당히 작용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27일 관련 업체에 따르면 고어 메디칼 측은 낮은 마진율과 거듭되는 보험상한가 정책에 불만을 느껴 끝내 공급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보험상한과와 별개로 식약처의 강화된 제품허가 기준에 맞춘 등록 및 GMP현지실사, 사후관리 강화로 제품 허가 및 유지비용 상승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 문제는 고어 메디칼에 이어 남아 있는 인조혈관 수입업체 3곳(바드 코리아, 마퀘트 코리아, 테루모 코리아)도 국내 시장에 대해 불만이 높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일선 의료현장에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자칫 인조혈관 공급 중단이 확대될 것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도대체 인조혈관 업체들이 말하는 한국의 기형적 보험정책이란 무엇일까.
가장 문제로 꼽는 것은 '보험상한가 인하정책'
마퀘트 코리아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STRAIGHT TYPE (20cm이상 40cm미만)' 인조혈관의 보험가 인하율은 -17.83%이며 'STR STANDARD WALL (20cm이상 40cm미만/PTFE재질)'의 경우 -21.89%, RING TYPE (20cm이상 40cm미만/PTFE재질)은 -25.23%까지 인하률이 높아진다.
정부 측은 원가조사에 근거해 보험상한가를 낮춘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업체 측 주장은 다르다.
마퀘트 코리아 측은 "지난 2012년 보험상한가 정책 시행 이후 상대적으로 수입원가가 높은 제품의 보험가 삭감이 이어졌다"면서 "주요 제품의 경우 보험가격이 최대 22%이상 인하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렵게 본사와 합의를 통해 손실을 감수(수입원가의 40%)하면서 제품을 공급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원가조사를 실시해 재차 보험가를 인하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수입원가가 높은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헤마쉴드(Hemashield) 중심혈관계 제품들의 경우, 18~19%의 심각한 보험가 인하로 인해 이 또한 시장에서 퇴출될 형편이라는 게 마퀘트 측의 얘기다.
마퀘트 코리아 이외에도 바드 코리아, 테루모 코리아 또한 같은 입장이다.
이들 업체는 인조혈관 제품군 특성상 다품종 소량소비 품목으로 관리비가 높고 응급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험상한가를 유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테루모 코리아 측은 "응급상황에 대응이 필요한 치료재료인 만큼 이를 관리하는 업체 차원에서도 당직 직원이 필요하고 야간 및 심야에 이를 전달하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응급 공급 후 30~40%는 미사용하고 수술장 내 제품 관리가 어려워 제품을 회수하기 위해 재방문을 하는 등 사후처리 비용도 상당하다는 게 테루모 측의 설명이다.
바드 코리아 측 또한 "인조혈관 제품 특성상 추적관리 대상 제품으로 물류 추적과 관련한 추가적인 업무로 비용이 발생한다"면서 "게다가 소량 다품종 제품으로 관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바드 측은 "규제는 계속해서 강화되는 반면 이에 대한 비용을 보전해주는 시스템은 없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중재혈관외과학회 신재승 회장(고대안산병원)은 "의료진 입장에서 환자가 치료재료가 없어 수술을 못받는 상황이 발생할까 우려스럽다"라면서 "어찌됐든 정부 차원에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고어 메디칼 측은 오는 9월 30일 이후 한국 지사를 철수하고 인조혈관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