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부를 수 없는 이름 PA, 언제까지 방치할건가
수년째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PA간호사 찬반논란.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 첨예한 갈등을 이어가는 가운데 매년 증가추세다. 현실에선 존재하지만 법에는 없는 존재. 언제까지 방치할 수 있을까. <메디칼타임즈>가 진단해봤다.
<상> 의료계 금기어 PA, 대책없이 시간만 흐른다
<하> PA논란,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병원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잡았지만 현행법상 불법인 PA(Physician Assistant, 의사 보조 인력).
이들은 수술 전담간호사 혹은 전문간호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수술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의료계 내부의 PA찬반 대립으로 관련 논의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한동안 의료계 금기어가 된 'PA'가 당장 지난 12일, 병원협회 주최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서울대병원 왕규창 교수가 PA 제도화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면서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자 현장에 참석한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는 즉각 우려를 표명하며 공방을 벌였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미나 직후 성명서를 통해 불쾌감을 드러내며 제도화 논의 가능성을 불식시켰다.
PA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은 수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2년도 PA연수교육을 강행하는 흉부외과학회에 맞서 의협 회원들이 학술 대회장에서 PA연수교육 반대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와 관련 학회는 물론 의과대학 교수들도 PA에 대한 공식적인 혹은 개인적인 입장을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대한외과학회 이길련 수련이사는 "PA에 대한 학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는 이어 "외과의사로서 PA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도 공감하지만 전공의 등 의사협회가 우려하는 의사업무 영역을 축소한다는 우려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빅5병원 한 외과 교수는 "답이 없는 주제다. 끝없는 평행선만 그릴 것"이라며 "각자의 입장에서만 주장하니 답을 찾을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갈등이 깊어지는 사이 매년 PA간호사는 늘고 있다. 국회 최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10년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까지만해도 235명에 그쳤던 PA간호사가 2009년 968명으로 약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병원간호사회가 집계한 PA현황에 따르면 2015년도말 기준으로 총 2921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말 기준 2238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년만에 700여명이 늘어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병원 간호부장은 "어떤 전공과목은 전공의가 한명도 없는데 대책이 있겠나. 실제로는 의사 처방까지 하고 있는 현실이다. 차라리 제도화해서 PA간호사 업무 한계를 명확하게 규정,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일부 병원은 PA간호사에게 무리한 업무까지 맡기는 등 병원별로 관리 감독이 안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실에서 존재하지만 존재자체가 불법인 아이러니한 존재에 대한 정리(?)가 어떤 방식으로든 필요하다는 게 중론.
문제는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PA제도화를 통해 현재 음성화된 인력을 제도권으로 흡수해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인 반면 전공의들은 PA가 필요없는 의료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점이다.
즉,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보니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것.
대한병원협회 홍정용 회장은 "이미 상당수 대학병원은 PA간호사가 없으면 수술방이 안돌아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면서 "언제까지 방치하고 있을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공의 주80시간 도입 이후 전공의 공백은 더욱 가속화 될텐데 해결책 논의가 시급하다는 게 병협의 입장이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는 PA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와 이에 대한 공개가 먼저라며 선을 긋고 있다.
대전협 기동훈 회장은 "우리 또한 제대로 논의를 하고 싶다"면서 "다만 PA에 대해 철저하게 실태조사 및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명백하게 공개한 이후에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PA를 양성화하자는 주장은 앞으로도 불법적 요소를 묵인해주자는 꼴이라는 게 그의 주장.
그는 "이미 PA는 불법이라는 조항이 있고 원칙이 있다. 문제가 있으면 떳떳하게 공개하라"라면서 "병원은 저수가 정책에서 땜질식 편법을 양산할 게 아니라 정부에 현실에 맞는 수가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 회장은 정부에도 책임을 물었다. 그는 "국회에서도 거듭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개선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현재 불법적 행위도 잡지 못하면서 제도화를 통해 새로운 직역을 인정해주자고 하면 누가 동의할 수 있겠느냐"면서 "불법을 묵인해주는 식의 제도화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비공개를 전제로 PA 즉, 진료보조인력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개선방안을 제시할 것인가 하는 점은 의문이다.
당장,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에 따른 진료공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체인력에 대한 묘책이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동은 호스피탈리스트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수술장은 좀 다른 문제"라면서 "전공의가 수술장에서 맡았던 잡무를 의사인력으로 대체하기엔 현실적으로 비용이 높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전공의들의 과도한 근무가 정상화되면서 진료공백이 예상되고 호스피탈리스트가 기대만큼 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전공의 수련기회를 박탈하지 않고 수련의 질은 높이면서 진료공백을 채울 대체인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대한의학회와 의견을 모으고 있는 수준으로 아직 검토 단계"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모든 수술 및 시술을 의사인력으로만 채우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호스피탈리스트 채용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전공의 대체인력을 모두 의사로 채울 수도 없고 고민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