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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전담전문의 위상요? 교수가 환자진료 의견 구해요"

발행날짜: 2017-07-28 05:00:59

현장 호스피탈리스트 연착륙 나선 서울아산병원 85병동

|메디칼타임즈가 간다| 국내 첫 온콜로지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을 가다_하편


"교수님, 밤 늦게 뵙자고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이 시간밖에 안돼서요."
"괜찮습니다. 제가 오늘 당직이니 궁금한 게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새벽 2시. 서울아산병원 온콜로지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에선 환자 보호자와 진료전담교수와 면담이 진행 중이다.

이 병동에선 외래교수의 회진시간을 맞출 수 없던 환자의 보호자가 입원전담전문의에게 면담을 요청할 수 있다. 5명의 전문의가 교대로 365일, 24시간 병동에 상주하기에 가능한 일.

호스피탈리스트로 근무 중인 김준환 진료전담교수는 "그동안은 마음에 있어도 시간적으로 여건이 안돼서 할 수 없던 부분"이라면서 "보호자가 언제든 면담이 가능하다는 것에 고마움을 전달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처럼 제도를 시행 중인 병동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3월부터 서울아산병원 온콜로지 입원전담전문의 병동(85병동)에서 암 환자 케어를 맡고 있는 호스피탈리스트 5인방은 어떤 변화를 느끼고 있을까.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 교수 및 전공의와 관계는=호스피탈리스트 5인방은 "전공의 때와 역할 및 위치에 있어 분명히 달라진 것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2015년도 시범사업에 이어 2016년도 정부차원에서 실시한 시범사업을 거치면서 그나마 이 제도에 대해 알려진 덕분.

서울아산병원 내과 전공의 출신인 김준환 교수는 "지난 3월 근무를 시작했을 때와 5개월쯤 지난 현재 큰 변화를 느낀다"라면서 "진료전담교수의 역할에 대해 인정해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황승하 교수는 "처음에는 전공의 고년차 수준의 대우를 하던 교수들도 최근에는 환자 진료를 두고 함께 상의하려고 하고 우리의 의견을 구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좌측부터 황승하, 김준환, 박문 교수
타 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박문 교수는 "전공의 시절을 지켜본 게 아니기 때문인지 각 교수들이 더 조심스럽게 대하고 깎듯하게 대해줘서 전공의 5년차라는 것은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병동에 전공의가 전무한 관계로 그들과 접촉은 타 병동에서 환자를 인계할 때 이외에는 없다. 하지만 조만간 병동 내에서 실시하는 초음파 술기 교육을 실시하면 전공의 수련에도 일부분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매주 목요일 1시간 가량 인턴 대상으로 실시하는 일반내과 질환 교육도 이들의 몫이다.

이처럼 병원 내 의료진들의 인식의 변화가 시작됐지만 내과 이외 타과는 여전히 '호스피탈리스트' 혹은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해 이해도가 낮은 게 사실이다.

김준환 교수는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여기에 동참해야 하는 젊은 의사들에게도 홍보가 필요하지만 해당 병원 내 의료진에게도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환자들의 반응은=여전히 환자들은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를 위해 5명의 호스피탈리스트들은 별도로 제작한 '진료전담교수' 명찰을 달고 근무한다.
김준환 교수는 "입원전담의라고 하면 잘 모르기 때문에 병동을 전담하는 교수라고 소개를 하고 명찰을 보여준다"고 했다.

박문 교수는 "사실 환자들은 전문의에 대해 잘 모를 수 밖에 없다. 다만 교수와 전공의 정도 구분한다. 그래서 홍보가 중요하다. 병동 내 환자만 전담 케어하는 전문의가 있다는 것을 더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내과도 아니고 세부전문의도 아닌 애매한 위치라는 느낌을 지워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좌측부터 안수종, 강재빈 교수
물론 처음에 생소하게 느꼈던 환자들도 경험을 한 이후로는 먼저 입원전담전문의를 찾는다. 응급상황은 물론 통증조절 등에 대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환자 설문조사를 해보면 85병동에 입원했던 환자들은 추가 비용을 더 지불해서라도 이곳에 입원하고 싶어한다"면서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간호사 등 동료 의료진의 만족도 또한 높은 수준. 환자가 불편을 호소한 것에 대해 전문의가 즉각 투입되는 만큼 간호사의 업무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가령, 당일 14명의 환자가 퇴원하는 경우 과거에는 퇴원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퇴원수속에 따른 부수적인 업무가 많았다.

게다가 교수와 전공의가 모두 바쁘면 급한대로 환자 면담을 해야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입원전담전문의가 퇴원환자 면담부터 입퇴원 관리까지 직접 챙겨주니 업무가 감소할 수 밖에. 타 병동 간호사들이 부러움을 호소할 정도다.

김 교수는 "간호사 입장에서도 전공의는 잠시 머물다가 이동하는 것과 달리 호스피탈리스트는 장기간 함과께하는 '동료'로 받아들이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병동 내 입원전담전문의 스테이션. 좌측부터 박문, 황승하, 김준환 교수
■ 동료 후배들 반응= 중요한 것은 앞으로 함께 동참할 동료, 후배 의사들의 관심. 일단 지난해 대비 올해는 직종에 대해 물어보는 이들이 늘었다.

현재 레지던트 3, 4년차와 내과 전공의를 마치고 현재 군복무 중인 동료들도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새로운 직종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연락을 해오곤 한다.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공의 시절과는 역할에 있어 변화가 있는지, 병원 내에서는 어떤 위치인지, 오프 등 휴가는 어떻게 되는지 등 구체적인 질문이다.

거듭되는 설명회와 세미나 등을 통해 적어도 내과에서는 '호스피탈리스트'라는 직종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직군으로 진로를 검토하는 분위기.

물론 이면에는 '과연 괜찮을까' '안정적인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의구심도 있다.

김 교수는 "아직 제도 시행 초반이다보니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보다 더 많은 동료, 후배 의사들이 길을 개척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