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료 시범사업은 단순히 진료시간을 15분으로 늘렸다는 것 이외에 의료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다."
서울대병원 권용진 공공의료사업단장은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층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정책적 의미를 이 같이 부여했다.
서울대병원은 올 하반기 시행하는 심층진료 시범사업 수행기관이다. 공공의료사업단은 이번 시범사업 관련 연구를 총괄한다.
심층진료 시범사업이란, 3차병원의 고질적인 병폐인 3분진료를 없애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으로 중증 초진환자에 대해 15분간 진료시간을 갖는다.
이를 두고 권용진 단장은 "15분 진료라고 칭하는 심층진료는 진료시간만 늘리는 사업이 아니다"라면서 "가격(수가)를 낮추고 의사에게 많은 진료를 요구했던 것에서 수가를 제대로 주면서 환자를 적정하게 진료할 수 있도록 전환한다는 점에서 큰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진료시간을 늘렸다는 것 이상으로 '저수가'에 갇혀 있는 의료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봤다.
특히 심층진료의 핵심은 진료예약 단계에서 3차병원의 진료를 통제했다는 점이다. 기존에 진료예약을 환자의 선택에 맡겨두는 것에 익숙해던 환자들에게는 큰 변화다.
권 단장에 따르면 심층진료 예약은 의료기관별로 아이디를 주고, 중증이 의심되는 환자만 심층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를 의뢰하는 방식.
즉, 병원급 의료기관에 의료진이 진료의뢰를 해주지 않으면 심층진료는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진료 예약은 1시간에 4명, 1일 총 16명(환자 1인당 15분 진료)에 한해 가능하다.
권 단장은 "의료전달체계에서 논하는 1차의료의 게이트키핑(문지기 역할) 방식을 3차의료에 적용한 것"이라면서 "상급종합병원간 의료쇼핑을 차단, 여기서 누수를 막아야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1차의료기관에 전문의가 대거 포진해 있는 한국 의료현실에서 개원가의 게이트 키핑은 큰 효과가 없다는 게 그의 판단.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를 할 때마다 1차 의료기관의 게이트 키핑 필요성을 얘기하지만 사실 문제는 3차 의료기관에서 게이트키핑이 돼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대학병원 이곳 저곳을 돌면서 의료쇼핑하는 환자들의 진료 패턴을 바로 잡지 않으면 지금의 의료전달체계를 바꾸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정책은 지금까지 의료비만 통제해 왔던 것과 달리 수가를 높이고 진료량을 통제하는 식으로 바꿔보자는 시도"라고 거듭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그는 심층진찰 시범사업 수가(9만 3천원)는 진찰료 이외 수익은 제외된 것으로 적자가 예상된다고 봤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연구. 1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과연 심층진찰료 수가 9만 3천원이 현재 의료시스템에서 적정한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
그는 "현재 시범사업 수가는 기존의 진찰료만 추계한 것으로 환자 1명을 진료했을 때 발생하는 수익과는 큰 차이가 있다"면서 "시범사업 기간에는 적자를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