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간에 권한과 대표성에 대해 일정 부분 조율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완전히 비대위로 전권이 넘어가리라는 예상과 다르게 지금까지 진행해 온 사안에 대해서는 추무진 회장과 집행부에 일정 부분 대표성을 주는 등의 방식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은 "앞으로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나 의정협의체와 같은 부분은 집행부의 몫"이라며 "비대위가 구성된다 해도 집행부 고유 업무는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정심을 포함해 의정협의체와 현재 진행중인 1인 시위 등은 집행부가 대표성을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추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가까스로 무산되고 임시총회를 통해 비대위 구성이 확정되면서 지속적으로 일고 있는 대표성 논란에 선을 그은 셈이다.
실제로 임총 이후 비대위가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과 집행부 고유 업무와 권한은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보건복지부 등도 의료계 내부적으로 확실히 대표성을 정리하지 못하면 대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며 협상에도 난항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집행부와 대의원회가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며 업무 조율에 나섰다는 점에서 향후 비대위와 집행부간의 마찰 가능성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의협 관계자는 "비대위는 의료계의 강력한 투쟁을 목표로 하는 조직인 만큼 집행부로서도 힘을 실어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여러가지 우려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추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또한 의료계의 일원으로 비대위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의원회 등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예산 문제 등도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대위와 집행부간에 힘겨루기로 대의원회 의결이 먼저냐 회장 권한이 우선이냐를 두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
임 의장은 "예산문제를 두고 여러 방면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과거 비대위가 그러한 문제가 생겼기에 더욱 그거란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과거에 사로잡혀 앞으로 가야하는 길을 걱정부터 한다면 풀어갈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사전에 충분히 논의를 진행하며 원만하게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상당 부분 논의를 진행하며 협조를 약속하고 있지만 행간에서는 대표성을 두고 여전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임수흠 의장은 "지금은 힘을 모아야 하는 시기인 만큼 누구도 배척하지 않고 누구도 지지하지 않으며 비대위는 모든 의료계의 힘을 받아 나아가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예산 문제 등은 개인적으로는 총회 의결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충분히 조율하고 의견을 맞춰가겠지만 결국 총회가 최상위 의결기구인 만큼 이를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비친 셈이다.
의협 또한 마찬가지 입장이다. 비대위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뒷받침하겠지만 회장의 대표성을 흔들거나 민의를 저버린 독단이 생긴다면 이를 지지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의협 관계자는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범의료계 차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고 비대위가 구성된 만큼 강력 대응에 집행부도 힘을 보태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비대위가 잘못된 길을 간다면 이에 대한 지적과 비판을 하는 것도 집행부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