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혈입성(無血入城)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신임 이사장 취임을 바라보면서 의료계 원로가 기자에게 건넨 단어다.
실제로 취임식 모습만 봐도 전임인 성상철 전 이사장의 모습과는 크게 대조된다.
건강보험 노동조합이 대강당 문 앞을 가로 막아서며 취임을 반대해 회의실에서 기습 취임식을 가진 성상철 전 이사장과 달리 김용익 신임 이사장 취임식은 간부진에 더해 노조까지 참석하면서 성대하게 열렸다. 이 후에는 노조와 차담회를 갖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이처럼 건보공단에선 환영을 받았지만, 외부에서 김용익 이사장 취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녹록치 않다.
특히 김 이사장이 의사임에도 정작 의료계는 이번 건보공단 이사장 취임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트라우마로 남은 의약분업 사태 기초안을 마련한 장본인인데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 설계자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이사장은 문재인 케어의 성공을 취임일성으로 내거는 동시에 의료계를 달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더구나 김 이사장은 국회의원 시절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저지, 전공의특별법, 일차의료 활성화 3법 등을 주도하며 노력했음에도 의료계는 우려를 지우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결국 건보공단에서의 3년이 김 이사장를 둘러싼 의료계의 평가를 좌우할 결정적인 '한 방'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김 이사장은 건보공단의 얼굴이자 최고 책임자로서 공급자인 의약계와 문재인 케어 논의와 수가협상,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굵직한 사안들을 책임지고 논의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강조되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받는 것이 있다면 '소통' 능력을 꼽을 수 있다.
김 이사장도 문재인 정부의 인사로 건보공단에 자리한 만큼 의약계와의 관계에 있어서 이전과 다른 소통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통해 '의료계 5적', '의사협회 회원 자격정지' 등 김 이사장을 생각하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기억들을 지우는 3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