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말 국내 위험분담제 1호 적용 약물(소아 백혈병 치료제)의 재계약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해당사자간 이견차가 여전해 시급한 개선방안이 요구될 전망이다.
특히 신약의 신속등재에는 온도차를 보였지만, "대체약이 없는 치료제의 재계약시 경제성평가 제출을 재고해야 한다"는데 학계와 산업계, 정부 당담자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16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 등 공동주최로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위험분담제도의 평가 및 합리적 운용을 위한 개선방안' 토론회 자리에는, 고가 신약 위험분담제도 개선방안을 놓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환자에 신약 접근성 강화라는 취지로 2013년 12월부터 운용된 제도를 통해, 지금껏 26개 품목(2018년 1월 기준)의 항암제 및 희귀질환 치료제가 현재 급여권에 진입했다.
그런데, 신약의 등재율은 높였지만 등재기간이 지체되는 현상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대한종양내과학회 김봉석 교수는 "2007년 선별등제제도 도입 후 75개 중 46개 품목이 급여를 받았고, RSA 제도를 통해 32개 중 16개 품목이 급여화되면서 급여율 향상에는 분명한 혜택을 보였지만 등재기간은 여전히 지체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실제 급여까지 걸리는 기간은 RSA 적용 약제 경우 900여 일로, 등재되지 못한 항암제의 등재기간 700여 일보다 지체되고 있다"며 "등재율은 높아졌지만 등재기간이 늦어지며, 치료의 시급성이 필요한 암질환에 부작용도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약가 전문가인 중앙대약대 서동철 교수도 등재기간을 두고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서 교수는 "공단과 심평원 각자의 역할이 있겠지만, 위험분담제의 경우 재정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공단 협상시 기간이 지체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해외 사례처럼 실제 치료 효과에 준해 등재를 적용한다면 문제가 되는 등재기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의견을 냈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달랐다.
보건복지부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은 "위험분담 약제에서 등재기간이 줄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국내의 경우 신청주의로써 제약사가 허가를 받아놓고 급여 신청을 하지않는 것까지 검토기간에 포함시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등재나 선 등재 후 평가를 위한 기준에 대해 과연 제약사가 어느 정도 수용할지 의문이 따르며, 신속등재에 따른 환자의 안전장치 마련은 신중히 접근해야 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재계약시 경평 제출 의무화…정부 "정리 필요한 부분"
위험분담제 계약을 맺은 약제의 기본 계약기간은 4년(평가기간 1년 포함)으로, 재계약 평가 개선도 시급한 상황이다.
여기서 빠지지 않는 것이 대체약물과 경제성평가 결과다. 대체약이 없는 경우에도 경평자료 제출을 못박아 둔 터라, 지속가능성을 두고 우려가 불거지는 것이다.
복지부에서도 해당 문제점은 인식한 상황으로, 향후 개선방안이 논의선상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곽명섭 과장은 "문제점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변화된 환경이나 조건에서 재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심사자 입장과 공급자 등 이해당사자간 생각이 저마다 달라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등재와 재평가 시점, 두 번에 걸쳐 경제성평가 제출을 의무화한 것에 대해 현실적으로 평가기간이 짧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동철 교수는 "4년 이후 대체약제나 가격 등이 바뀐 상황에서, 1년만에 재평가를 진행한다는 것은 절대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며 "위험분담 약제만 경평을 2번 하는 것인데, 계약 당시 상황을 현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약사의 불만은 위험분담제의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의무화, 적용되는 대상 약제가 제한적이라는 점과 불확실한 계약기간을 두고 나왔다.
4년후 재평가시 대체가능약제와 경평결과를 제출해야 하는데 위험분담 대상약제와 비대상약제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위험분담 협약 조건에 따라 급여 등재 이후 비급여화 가능성이 있고, 근거 생산 조건부 급여경우 제약사의 보험 등재 실패 가능성이 산재했기 때문이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김성호 전무는 "한국만 유독 경제성 평가 제출이 필수인데다 위험분담 약제 역시 일부 희귀난치성, 항암제에 제한적으로 적용된다"며 "대체약제가 없어 사실상 경제성 평가가 불가능한 약제임에도 경평을 의무화하는 모순은 반드시 개선해야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선발 품목이 제도에 등재되면, 후발신약 등재가 어렵다는 것도 맹점"이라며 "선발과 후발품목의 등재 차이가 1.2년 정도 밖에 나지 않는 상황에서 후발신약에 대해서도 RSA 제도를 통해 공정 경쟁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학계 "국내 재정기반 협약 대부분, 성과기반 늘려 투명성 확보해야"
한편 위험분담 계약을 맺은 유형 대부분이 총액제한이나 환급형 등의 '재정기반' 방식에 국한돼 있어 향후 제도 존속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달렸다.
중앙대약대 서동철 교수는 "위험분담제도를 국내보다 먼저 시행한 외국의 경우에는 성과기반 협약이 주를 이루고 있어 비교가 된다"며 "일례로 위험분담계약을 많이 실시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인 이탈리아의 경우 위험분담계약 중 성과 기반 협약이 50% 이상인 것 으로 나타나 재정 기반 협약이 대부분인 한국과는 다르게 성과 기반 협약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의 위험분담제계약 약제(2018년 1월1일 기준)는, 총액제한형과 환급형 계약이 주를 차지했다.
총액제한형 약제는 2015년 갑상선수질암약인 반데티닙을 시작으로 지난 12일 요로상피암에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까지 총 10개 품목이 계약을 맺었다.
또 환급형으로는 2014년 직결장암약 얼비툭스(세툭시맙) 및 작년 12월 급여 승인을 받은 비소세포폐암약 타그리소(오시머티닙)까지 9개 품목이 적용을 받은 것.
이외 환자단위 사용량 제한형에 전이성 유방암약 퍼제타(퍼투주맙)과 케싸일라(트라스투주맙) 2개 품목이, 환급형과 총액제한형 복합형인 경우 비소세포폐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프롤리주맙)와 옵디보(니볼루맙) 2종이 운영 중이다.
주목할 점은, 근거 생산 조건부 유형으로는 소아백혈병에 쓰이는 에볼트라(클로파라빈)가 유일한 상황이다.
김봉석 교수는 "미국에서도 신속심사를 통과한 약제의 60%가 효능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근거생산조건부 RSA는 타당하다"고 말했다.
곽명섭 과장은 "가격이나 제도의 유형을 선택하는 것은 정부가 아닌 공급사 즉 제약사가 결정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책임을 보험당국이 모두 떠안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제약사의 공급측면이나 재정부담을 줄이는 측면에 부합하는 것이 환급형으로 일반화된 가운데, 계약 유형을 두고 정부가 제약사에 강제화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