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상급병실 급여화로 병·의원 병상 운영에 차질이 예상된다.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추진한 상급병실료 급여화가 의료기관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나아가 의료시장에 혼란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병원급 상급병실료 평균 5만~10만원…1,2차보다 비싸진다
정부는 지난 8일 건정심에서 상급종합 및 종합병원의 상급병실료 급여화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간호 1등급 2인실은 기존 23만 7650원에서 8만 8930원으로, 3인실은 15만 2380원에서 5만 3360원으로 입원료가 절반 이상 급감했다.
간호 2등급 또한 2인실은 15만 4400원에서 8만 850원으로, 3인실은 9만 2200원에서 4만 8510원으로 크게 환자부담이 줄었다.
정부가 제시한 근거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간호 2등급 기준 2인실 병실료는 10만3000원∼32만3000원, 3인실은 8만3000∼23만3000원선에 형성돼 있었다.
즉, 그만큼 급여화 이후 환자가 느끼는 경제적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는 게 복지부 측의 설명이다.
종합병원의 경우에도 간호 2등급 의료기관의 2인실 병실료는 11만370원에서 5만 3520원으로, 3인실은 7만 80원에서 3만2110원으로 감소한다.
간호3등급은 2인실 9만 6300원에서 4만 8660원으로, 3인실은 6만5000원에서 2만9190원으로 줄었다.
그렇다면 건강보험에 해당이 안 되는 병원의 상급병실료는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 지역 내에서 가격 경쟁력으로 버텨온 병원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10일 메디칼타임즈가 일부 병원급 의료기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상급병실(2인실)료는 약 5만~10만원선. 특히 5만원에서 8만원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게 병원 관계자 다수의 공통된 답변이다.
다시 말해 병원급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보다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더 저렴하거나 동일한 병실료를 지불하게 된다는 얘기다.
"쏠림 완화하겠다면서 상급병실 급여화 답답해"
병원계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수도권 소재 100병상 규모 병원 이사장은 "이는 빅5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만을 위한 제도"라면서 "건보재정을 투입하는데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또 다른 병원장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상급병실 급여화는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병원의 병상가동률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0병상 이상 병원의 병상가동률은 75.2%, 30~99병상 규모 병원의 병상가동률은 63.3%에 그치는 수준.
그나마 상급병원과 종합병원의 병실료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으로 버텼지만 그나마도 사라진 상황에선 더욱 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즉, 시장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지방 소재 100병상 미만의 모 병원 이사장은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통해 대형병원 쏠림을 완화하겠다면서 상급병실료 급여화를 추진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라면서 "답답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앞서 수차례 병원급까지 급여화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면서 "이번 건정심 결정은 병원계에 상당히 파장이 클 전망으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