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의료원이 2021년 3월 개원을 목표로 추진 중인 제2병원이 지난 18일 첫삽을 떴지만 교수들은 내부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과거 흑석동병원 설립 과정에서 교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피해를 경험한 만큼 다시는 반복해선 안 된다는 것.
중앙대의료원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광명시 일직동에 600병상·지상 12층 규모의 종합병원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광명 의료 복합클러스터' 조성사업에 종합병원 운영 사업자로 선정된 데 따른 것.
김성덕 의료원장은 600병상으로 시작하지만 시설 및 의료서비스를 대학병원급 수준을 구축, 단계적으로 상급종합병원에 도전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병원 설립단계부터 기능적, 구조적인 측면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도약을 염두에 두고 음압 격리병실, 중환자실 등 지정기준에 부합하는 하드웨어를 갖출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병실 출입제한 시스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상급종합병원급 서비스를 장착하고 24시간 급성기질환 케어, 심뇌혈관센터 등 운영할 계획이다.
이처럼 야심차게 제2병원 건립에 나서고 있지만 의료원과 교수들간의 팽팽한 신경전은 계속되는 양상이다.
먼저 의료원 측은 "병원 건립을 위해 새병원건립추진단을 구성하고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새병원 건립 설명회를 통해 공사 진행과정과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어 "60여명의 교수와 팀장급 직원이 참여하는 특성화위원회, 외래위원회, 병동위원회, 중환자실위원회, 수술실위원회, 응급의료위원회, 진료지원위원회 등 7개의 소위원회를 통해 병원의 운영 컨셉과 영역별 핵심 기능 등을 설계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김성덕 의료원장도 착공식 기념사를 통해 "지난 2011년 용산병원을 흑석동병원에 통합하면서부터 제2병원을 모두 염원해왔다"며 "준비과정에서 대학과 병원에 대한 애정어린 이들의 염려, 격려, 질책 등 많은 어려움과 시련이 있었지만 이는 제2병원에 대한 똑같은 일념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앞서 교수들과의 갈등을 긍정적으로 풀어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광명병원은 중증질환 치료에 있어 의료사각지대에 있던 광명시 및 수도권 서남부지역은 물론 전국민이 찾는 국내 톱클래스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차세대 스마트 헬스케어 선도병원이 될 것"이라며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하며 내홍을 잠재우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교수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는 어려워보인다.
교수협의회는 19일 입장문을 발표를 통해 "착공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착공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노력한 집행부의 노력에 감사한다"면서도 "김성덕 의료원장과 이철희 추진단장의 사퇴가 지연되고 있다"며 각을 세웠다.
교수협의회는 "두산의 투자가 전무한 채 공사가 진행되는 점, 애초에 발표했던 규모보다 축소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중앙대 흑석동병원 설립 과정에서 교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교수, 전공의, 학생 등에게 그 피해가 미치는 것을 경험한 만큼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게 교수들의 우려다.
교수협의회는 "현재 집행부는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자문결과만 도출하는 외부기관의 자문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부 구성원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요식행위로 회의체를 구성하고 안건을 통과시켜 그들만의 병원을 짓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빚더미에 앉은 채로 두산을 위한 건설사업에 참여하게 되고 초라한 중형 병원급으로 축소됐다"고 비꼬며 "그럼에도 새병원의 정책방향과 건립추진에는 구성원의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