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김윤 교수(의료관리학 교실)는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쏠림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꼽았다.
김윤 교수는 9일 메디칼타임즈와 대한중소병원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가속화에 따른 병원계 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의료전달체계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의료기관 유형별로 진료비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눈여겨볼 대목은 1,2차 의료기관을 진료 성격에 따라 유형을 구분하고 그에 합당한 수가를 책정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소위 동네의원은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일반과 등 흔한 질환을 두루 진료하는 일차진료의원과 그밖에 전문과목이지만 외래진료를 하는 전문의원으로 나눴다.
그리고 일차진료의원의 환자 당 외래 진료비는 1만 4천원, 전문의원은 1만 5천원으로 차등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전문의원은 진료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시설 및 장비, 상담시간 등을 고려해 높게 책정하자는 얘기다.
2차 의료기관도 단과 전문병의원과 급성기 종합병원, 급성기병원+종합병원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단과 전문병의원은 정형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 일차 진료 이외 전문과목 중 외래와 수술을 주로 하는 (입원)전문의원이고 급성기 종합병원은 흔히 말하는 중소병원으로 병원급 의료기관부터 100~300병상,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까지 이에 해당한다고 봤다.
2차 의료기관에서도 (입원)전문의원의 입원료는 환자 당 5천원, (입원)전문병원은 1천원으로 격차를 둠으로써 의원급이 병상을 운영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할 것을 제시했다.
마지막 3차 의료기관은 경증으로 외래 및 입원을 했을 경우 수가 패널티를 받고 중증도가 높을수록 가산을 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또한 김 교수는 전국민의 골든타임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지역거점병원 육성의 일환으로 인건비 등 재정지원을 주장했다. 인건비를 지원해줌으로써 중소병원의 큰 고충인 인력난을 해소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인건비 등 재정지원을 통한 공급 적정화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응급의료기금을 통해 지역거점병원에 의사, 간호사 등 인건비 30%를 지원하거나 기존 외상센터 인건비 지원을 100%에서 30%까지 줄이고 대신 지원범위를 간호사 인건비나 수가를 인상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관절, 안과, 대장항문, 접합, 주산기 등 일정 수준 이상의 단과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인정하고 수가를 신설 혹은 가산하는 방안도 내놨다.
재활병원의 경우 수가를 신설하고 절대평가를 통해 전문병원에 의료질지원금 확대 지원을 통해 전문병원을 육성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한 김윤 교수는 병상총량제를 도입, 병상공급 과잉지역에 신규 의료기관 진입 장벽을 높이는 방안도 내놨다. 이와 더불어 경영 한계에 봉착한 중소병원에는 한시적 퇴출 및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등 출구전략도 제시했다.
그는 "신규 병원 설립기준을 종합병원은 300병상 이상, 전문병원은 100병상 이상으로 둘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의료취약지는 설립 기준을 오히려 완화하는 등 지역별로 달리 적용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장성 강화를 통해 환자 쏠림 및 과잉진료를 부추기고 수가인상은 원가만 높여 수가 인상효과를 상쇄하는 부작용이 있다"며 "의료전달체계 개편 없는 의료정책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