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과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와 함께 중소병원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메디칼타임즈와 대한중소병원협회가 공동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가속화에 따른 병원계 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중소병원협회 양문술 정책부위원장은 소위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중소병원은 벼랑 끝에 놓여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무산됨에 따른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심화되고 있는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 환자안전기준 강화 등으로 중소병원의 설자리가 날이 갈수록 좁아들고 있다는 것이 양 정책부위원장의 설명이다.
양 정책부위원장(사진)은 "보장성 강화 정책은 강도 높게 추진되고 있지만, 중소병원 관련 정책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상대적으로 의원과 상급종합병원은 각각 만성질환 관리와 의료질평가지원금 등의 지원정책이 있다. 결국 중소병원만 소외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 정책부위원장은 "중소병원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다빈도 질환 환자와 급성기 질환 환자로 겨우겨우 중소병원이 살아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토론자로 참석한 중소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본인 병원 역시도 최근 3년간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을 밝히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중소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170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으로서 최근 3년간 많은 위기감을 느낀다. 지난해 대출이 2억원이 더 늘었더라"며 "과도한 경쟁에서 나가는 비효율적 지출 역시 앞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중소병원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소병원이 왜 살아야 하는 지 고민해야"
이 같은 주장에 전문가들은 중소병원의 어려움은 우선적으로 의료계의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정부부터 논의해왔던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이 왜 깨졌는지에 대한 성찰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중소병원을 살려야 한다라는 고민에 앞서 왜 살려야 하는 지에 대한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의료 전문위원은 "환자와 국민입장에서는 우선적으로 중소병원을 왜 살려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명확히 내려야 한다"며 "이것이 전제가 돼야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고 중소병원을 살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장성을 강화하기 전에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해야 했다. 수문을 열건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수문을 열면 당연히 물줄기가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지 않나"라며 "의료계가 밥상을 찬 것이다. 그 부분을 재논의한다 치더라도 앞서 왜 논의가 깨졌는지에 대한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무한경쟁 체제에 놓여있는 의원과 병원 간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구체적으로 의원과 병원을 구별할 수 있는 30~100병상 사이를 '진공상태'로 만들어 놓겠다는 셈이다.
복지부 정윤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원과 병원의 구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30병상에서 100병상 사이를 진공상태로 이른바 '평화유지구역'이라는 이름으로 두는 것이 상생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과장은 "100병상 정도의 병원이 주1회 야간 순환 당직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라며 "현실화된다면 병원과 의원이 차별화되고 올바른 의료체계가 성립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여당과 복지부는 이른바 '300병상 정리론'에 대해선 징벌적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원준 전문위원은 "여당 내에서 300병상 정리론이 제기돼 중소병원들의 공포감이 확산된 측면이 있다. 이는 신규진입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유도의 개념이지 징벌적 접근이 아니다. 병원의 인수합병으로 팽창된 중소병원의 병상수를 개선할 수 있도록 의견 공유가 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