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경찰의 보험사기 범죄 수사 협조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행 중인 '입원 적정성 심사'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법원에서도 입원적정성 심사에 따른 문서가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데 이어 국회까지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병원들은 관련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은 '2017년 보건복지부 예산 결산 검토보고서'를 통해 심평원이 맡아 수행 중인 입원 적정성 심사를 건강보험 예산을 통해 수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입원적정성 심사는 심평원이 보험사기 행위 적발을 위해 경찰이 의뢰한 보험계약자 등의 입원이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 심사하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의뢰를 접수하면 심평원이 내·외부 자문회의 및 공공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적위원 과반수 참석, 참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해 수사기관에 결과를 통보하게 되는 구조다.
2017년도 세부 예산 편성 및 집행 내역을 보면, 심평원 공공심사위원회 및 외부자문위원들에게 지급되는 참석 수당이 3524만원 중 총 2890만원(공공심사위원회 1550만원, 자문위원회 1340만원) 집행됐다.
하지만 입원적정성 여부를 심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전액 심평원 자체 예산(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징수하는 부담금)을 통해 충당하고 있는 상황.
즉 심평원의 입원적정성 심사를 위해 건강보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국회의 지적이다.
수석전문위원실은 "입원적정성 심사 업무는 민간의료보험 계약자 등이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부적정한 입원을 하지는 않았는지 등에 대해 심의해 수사기관의 보험사기행위 조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심평원의 본래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다소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험사기 특별법 상 수사기관은 보험사기 행위 적발을 위한 입원적정성 심사비용을 심평원에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개선 필요성을 설명했다.
"심사 문서 능력 인정 안 된다…법 개정 해야"
병원들은 심평원의 입원 적정성 심사에 따른 문서가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에 이어 국회에서 까지 문제를 제기하자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재판 과정에서 경찰에게 심평원이 제출한 '입원진료 적정성 여부 등 검토의뢰에 대한 회신'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형사소송법 상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 보낸 바 있다.
즉 심평원이 보험사기특별법 상 시행 중인 입원 적정성 심사를 통해 경찰에 보낸 특신문서를 대법원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심평원은 입원 적정성 심사에 따른 문서가 증거능력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심사자가 직접 증언에 나서면 증거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입장.
그러나 병원들은 대법원 판결에 이어 국회까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함에 따라 심평원의 입원적정성 심사는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경기도 A 중소병원장은 "대법원 판결은 심평원의 입원 적정성 심사에 따른 특신 문서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입원 적정성 심사 필요성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심사기능이 무력화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국회에서도 건강보험 예산을 들여 입원적정성 심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상황이다. 보험사기 특별법의 재개정이 필요하다"며 "이대로 심평원이 민간보험의 심사를 대신하는 것은 맞지 않다. 자동차보험의 경우도 보험사가 매년 심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심평원에 위탁 심사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