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뇌혈관질환 진료시스템을 10년전으로 되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당직 근무를 하면서도 '권역심뇌혈관센터라는 타이틀에 신이나서 뛰어다녔는데 예산이 갈수록 감축되고 있어 힘이 빠진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대병원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 추진단 주최로 열린 '국가 심뇌혈관질환 관리 체계 이대로 가야하나' 토론회에 참석한 권역심뇌혈관센터 관련 의료진들은 향후 예산 삭감 조짐에 강한 우려를 제기하며 정부의 지속적인 예산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배장환 교수(충북대병원 심장내과·권역심뇌혈관센터협의체 회장)은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는 수익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공공의료 차원에서 지원해야하는 영역으로 생각해달라"면서 정부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동아대병원 차재관 교수(신경과)는 권역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당직 시스템 붕괴를 우려했다.
그는 "일각에서 공급과잉이라고 하지만 당장 야간에 심뇌혈관질환 환자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할 당직 의사가 얼마나 되는지는 의문"이라며 "권역센터의 당직 의사 시스템이 무너지면 마지막 보루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권역심뇌혈관센터협의체에 따르면 최근 복지부가 예산안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권역센터에 대한 예산액을 상당부분 삭감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예산을 정부:의료기관 7:3비율로 지원받아 사업을 시작해 최근 3:7로 의료기관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마저도 예산을 삭감하는 안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협의체 측의 지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이희영 교수(공공의료사업단)는 "지난 10년간 권역센터가 자리를 잡으면서 앞으로 더 많은 센터가 필요하다는 논의를 진행하던 중 최근 몇년간 거듭 예산이 삭감되고 내년에는 대폭 추가 삭감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사업의 존폐를 고민하게 됐다"며 씁쓸함을 전했다.
차재관 교수는 토론회 이후 별도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권역센터 사업을 통해 환자의 병원 밖 케어까지 애정을 갖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는데 예산이 삭감되면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가장 문제는 권역심뇌혈관센터의 강점인 당직 전문의 체제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배장환 교수는 "지금은 야간에 심뇌혈관질환자가 내원해도 전문의가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24시간 365일 당직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지만 예산이 더 줄어들면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당직비를 지급해야하는 병원 경영진에서 예산지원도 없는데 굳이 당직근무를 해야하느냐. 온콜 시스템으로 바꾸자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배 교수는 "적어도 지역에 따라 사망률에 격차가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나"며 "약 10년간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지표를 개선해왔는데 예산 삭감으로 과거로 회귀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거듭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