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원회)가 출산율과 산부인과 수가를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출산율 급감으로 분만 인프라 붕괴 위기에 처한 산부인과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산부인과계에 따르면 저출산위원회 이창준 기획조정관은 산부인과학회와의 만남에서 산부인과 수가를 책정할 때 출산율을 연동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추후 해당 부서와 협의할 의지를 밝혔다.
아직 보건복지부 관할 부서와 논의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 직속 위원회 책임자의 입에서 먼저 이 같은 제안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창준 기획조정관은 극심한 저출산으로 분만 인프라가 더 이상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로 수가연동제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해 평균 신생아 수 100만명에서 지난해 35만명으로 급감, 올해는 30만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출산 절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자 저출산위원회는 다급해진 상황이다.
이 조정관이 말한 출산율-수가연동제는 산부인과에 일정한 파이가 정해져 있으니 출산율이 떨어진만큼 수가를 높여 일정한 파이를 유지해주도록 하자는 것이다.
출산율과 수가를 곱한 값이 항상 같도록 하는 것을 전제로 출산율이 낮아지면 수가를 높이고 출산율이 높아지면 수가를 낮추는 식이다.
즉, 저출산에 직격탄을 맞았던 산부인과병의원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해 일선 산부인과가 경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산부인과학회 측은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 이례적인 수가체계를 구체화할 방안을 마련 중이다.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출산율에 비례해 상대가치점수에서 변환지수를 조정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학회 주웅 사무총장(이대목동병원)은 "산부인과 수가와 저출산이 무슨 상관이냐라는 일각의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아주 긴밀하다"며 "분만 인프라가 붕괴해 분만한 곳이 사라지면 안전한 분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분만실은 운영을 유지하려면 인건비, 시설, 장비 등 고정비용이 상당한 높기 때문에 분만 건수가 줄어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면 상당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게 산부인과의 입장이다.
주 사무총장은 이어 "최근 고령산모가 증가하는 추세로 유산율이 높아지는 만큼 산과의 역할이 커지는 것"이라며 "분만 인프라 유지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부인과학회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선 ▲분만의사 현황 파악 및 유입 대책 마련 ▲미혼모 분만환경 조성 ▲중증 태아 기형아 분만환경 조성 ▲분만취약지 해결 ▲분만실 유지비 지원 등 6가지 요구안을 저출산위원회 측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