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전공의 모집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흉부외과 등 기피과 교수들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
지원은 없이 압박만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지원하겠느냐는 자조섞인 모습. 일각에서는 이미 끝났다는 한숨마저 들리고 있다.
A대학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28일 "선배가 수의를 입고 징역을 살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나는 흉부외과에 오겠다하는 후배들이 몇이나 있겠느냐"며 "이 사건 하나만으로 이미 흉부외과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수를 오래 하다보니 사실 이 정도 시기가 되면 어느 정도 감이 온다"며 "멸종은 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더욱 희귀종이 되겠다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최근 흉부외과 과장 등이 환아 오진으로 인해 징역형을 선고받고 대리수술과 CCTV 설치 등 사회적 여론이 극단적으로 부정적으로 흐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다양한 지원책이 있었을 때도 전공의 한명을 구하는게 쉽지 않았는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무엇을 기대하겠느냐는 한숨이다.
B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먼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사치이고 당장 눈 앞에 벌어지는 상황들만 봐도 가시밭길이 훤한데 머리 좋은 요즘 후배들이 정신이 나갔느냐"며 "나같아도 다시 전공 고르라 하면 당장 때려치겠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의사의 자부심이니 그래도 바이탈이니 얘기하는 것도 후배들에게 못할 짓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는 비단 흉부외과 등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계속되는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이 만성화되면서 이들 과목에 대한 기대감은 땅에 떨어진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미 심폐소생을 하기에도 지나치게 늦어버렸다는 것. 그나마 살리려는 시도도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C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저출산 문제 등 산부인과 위기론에 대한 호소가 나온지가 얼마인데 지금까지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있느냐"며 "오히려 낙태 등의 문제를 들먹이며 숨통만 더욱 조르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그는 "이미 역사와 전통을 지닌 분만병원들조차 줄줄이 폐업 위기에 몰려있는데 무슨 기대감을 갖고 산부인과를 오겠느냐"며 "잘나가는 선배들을 봐야 희망이 생기지 눈만 돌리면 망하는 선배들에 재판받고 있는 선배들 천지인데 잘도 지원하겠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