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 총파업 카드를 손에 쥔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집행부는 지난 11일 열린 제3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기점으로 의료계 내부에서는 물론 대정부 협상에서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의협은 전국의사 총파업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 내세우면서도 시점과 방법론에 대해선 결론을 열어뒀다. 이는 향후 의료계 내부의 결속력을 다짐과 동시에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집 집행부 입장에선 지난 10월초 대한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일부 대의원들의 질타를 받은 지 한달 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지난 11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의협 추산 1만 2000명(경찰 추산 5000명)의 의사들이 모였다. 이는 지난 1차, 2차 궐기대회에 비해 줄어든 규모다.
하지만 앞서 집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의사회 및 협회 등을 통해 홍보기간을 걸쳐 인력을 동원한 데 비해 홍보 기간이 짧고 추계 학술대회 일정이 겹치는 등 악재가 있던 것을 감안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특히 기존 궐기대회에 비해 자발적인 참여가 많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날 궐기대회에 앞서 실시한 의사협회 긴급 연석회의에 참석한 의료계 대표자들이 의협 최대집 회장에 힘을 실어주기로 입을 모았다는 사실이다.
이날 연석회의에 참석한 의료계 한 관계자는 "물론 총파업을 두고 국민 여론과 정부와의 관계 등 갑론을박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의협을 중심으로 의료계가 한 목소리를 내는데 있다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전국의사 총파업 실시 여부보다 최대집 회장을 구심점으로 의료계가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날 연석회의에서 힘을 받은 최대집 회장은 결의발언에서 "이 나라에서 의료가 한번은 멈춰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에 나서야 한다"며 강력한 파업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최 회장도 총파업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하며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필요성을 촉구했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시도의사회 한 관계자는 "의사 구속 판결은 의사라면 누구나 위기감을 느낄 만한 사건으로 궐기대회 개최가 적절했다고 본다"며 "총파업 전권을 의협 집행부에 위임했으니 회원 의견수렴 등 의료계 정서를 반영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총파업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높지만 집단행동은 쉬운 얘기는 아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파업의 시기나 방법적인 부분은 추후 논의를 거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