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심사에 반대입장을 고수하던 대한의사협회가 입장을 선회, 함께 참여해 합의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국광역시도회장단은 지난 8일 오후 늦게 회의를 열고 최근 의료계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심사체계개편과 관련해 과거 경향심사 반대 입장에서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시도의사회장은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해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면서 "조만간 심평원 측의 설명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복부 및 하복부 초음파 급여화로 점점 더 심사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직접 참여해 잘못한 부분을 지적하는 등 역할을 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심사체계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고 판단, 오히려 적극 참여함으로써 의견을 제시하고 부적절한 삭감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이에 따라 경향심사 시범사업에도 원하는 곳은 참여하도록 열어두기로 했다.
의사협회는 지난 9월,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 첫회의 도중 주무 이사가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도 즉각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경향심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최 회장은 의사 진료의 자율성을 해칠 가능성이 높고 과소진료를 유도해 하향평준화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특히 심사지표를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질환별, 지역별 다양한 환자의 특성을 반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 회장 또한 최근 공식적인 자리에서 "경향심사는 의료계가 주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바꿨다.
한편, 이날 시도회장단 회의에서는 건정심 복귀에 대해서는 일단 보류키로 결정했다.
한 시도의사회 회장은 "건정심 복귀 여부에 대해 논의하기는 했지만 복귀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면서 "올 연말 혹은 내년초 의정협상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지금 건정심 복귀는 명분도 없을 뿐더러 건정심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면서 "초재진료 수가 인상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