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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보건복지부 뒤에 숨은 여당과 청와대

이창진
발행날짜: 2018-12-14 12:00:30
"제주 녹지국제병원 허가 논란은 정부 생각보다 사회적 문제가 크다.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의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주 영리병원 허용 논란 관련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발생한 보건의료 현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행정처분과 손실보상 미지급 취소 소송 패소와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허용이다.

복지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 진정 이후 14번 환자 발생 보고 지연과 대응 부실을 이유로 삼성서울병원에 업무정지 15일(과징금 806만원 갈음) 행정처분과 더불어 607억원 손실보상금 미지급을 결정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지난 11월 삼성서울병원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과징금 부과 이유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법에 따라 내린 명령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이 명령을 위반했다는 그 어떤 근거도 찾기 힘들다"며 복지부 패소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명령한 사실 자체가 없는 데 이를 위반했다며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처분 사유가 아예 존재하지 않은 만큼 더 이상 따져볼 필요가 없다"며 과징금 처분 취소와 손실보상금 전액 지급을 주문했다.

현재 복지부는 판결문 검토를 거쳐 항소한 상태다.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경우, 복지부는 2015년 12월 건립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이후 중국 녹지그룹과 제주도, 시민단체 등은 건물 준공과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도민 토론회 등 오랜 줄다리기를 했고, 원희룡 도지사는 올해 12월 외국인 전용 조건부 허용을 전격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두 현안은 2015년 전 정권에서 촉발됐다. 이를 수행한 곳은 모두 보건복지부다.

문재인 정부 2년차, 복지부 공무원들은 울상이다.

복지부 내부는 장관을 제외하고 과거와 동일한데, 진보 정권을 의식해 입장 변경을 공표하기도, 안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전임 정부에서 감사원은 메르스 사태 종료 후 병원 방역 현장에 파견된 의사 출신 공무원 상당수를 직책 강등이나 경고 처분했다.

이해할 수 없는 감사결과에 의사 공무원들은 울분을 삼켰고, 일부 의사 공무원은 공직을 떠났다.

현 정부는 삼성서울병원 판결 이전 메르스 환자 발생 경위와 보건당국 대처, 공무원 처분 등 감사원 감사결과가 적법했는지 그리고 청와대나 집권당 외압은 없었는지 합리적 의심도 아무런 조치도 안 했다.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경우, 박능후 장관은 특별한 경우라는 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 듯 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과거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고, 국민들과 피해 당사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시민 촛불로 탄생한 민주정부의 올바른 태도다.

첫 단추가 어디서부터 잘못 채워졌는지 복지부 공무원들은 잘 알고 있으나 침묵할 뿐이다.

박능후 장관이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긴 말은 당정이 곱씹어 볼 대목이다.

"(제주 녹지국제병원 논란 관련)정치적 결단을 이 자리에서 (제가)말하기 어렵다. (하지만)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강 건너 불구경하는 여당과 청와대를 향한 복지부 수장의 간절한 외침으로 들리는 까닭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