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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갑질인가 노조 을질인가…광주 보건소 사태 일파만파

발행날짜: 2018-12-20 05:30:59

공무원노조 징계 요구에 줄줄이 강등·사퇴…지역 의료계 "사실확인 없는 여론몰이 불합리"

광주광역시의 한 보건소에서 시작된 갑질 의혹이 시 전역으로 번지며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다.

의혹 수준에서 진행된 일이 보건소장 사퇴 등으로 이어지며 논란이 번지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지역 의료계와 보건의료인들까지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더욱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19일 광주광역시 등에 따르면 최근 보건소장과 노조원들간에 갈등으로 보건소장이 사퇴하고 징계를 당하는 등의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한 보건소장은 갈등을 못이겨 사퇴한 상태며 일부 보건소장은 징계를 받고 법정 공방까지 이어가는 등 사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광주광역시의사회 양동호 회장은 "몇달 전부터 시작된 문제가 점점 더 악화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는 상태"라며 "지금으로서는 그 무엇도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았는데도 마치 마녀사냥처럼 논란만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소모적인 갈등으로 지역 공공의료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사회 차원에서도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역 보건의료인들과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과연 광주시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시작은 지난 8월 한 보건소에서 접수된 투서가 발단이 됐다.

보건소장의 갑질로 피해를 입었다는 이 투서에 보건소 등을 포함한 광주지역 공무원 노동조합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고 각종 시위와 구청장 면담 등을 통해 공식적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몇일 뒤 이 보건소장이 공식적인 사과를 전했지만 사건은 이에 멈추지 않았고 노조는 자체적 설문조사를 통해 갑질 사례를 모아 징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 보건소장은 압력에 못이겨 두번째 공식 사과를 했지만 노조는 지속적으로 징계를 요구했고, 몇 일 뒤 이 보건소장은 명예퇴직을 요청했지만 이 또한 노조의 반대로 결국 사퇴로 사건이 정리됐다.

하지만 상황은 이걸로 정리되지 않았다. 노조는 관내에 유사 사례가 더 있다는 판단으로 각 보건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갑질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이를 기반으로 갑질 보건소장들을 징계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인근의 다른 보건소장은 결국 4급에서 5급으로 직위가 강등된 채 노조와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각 구로 사건이 번져가면서 보건소 갑질 논란은 이제 광주광역시 전체를 덮었고 일부 보건소장은 이러한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찰에 노조위원장을 무고죄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사태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보건소장들도 줄줄이 갑질 의혹에 휩쌓여 인사위원회에 회부되면서 사실상 광주광역시의 대부분 보건소가 개점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노조는 계속해서 구청장 면담과 1인 시위, 집단 시위를 통해 보건소장 갑질 의혹을 키우고 있는데다 광주광역시청에 감사를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가며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건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광주광역시 공무원 노조는 "다양한 곳에서 직권 남용과 인권침해, 갑질 의혹이 있는 만큼 지자체에 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공정성 있는 조사와 이에 합당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투서와 설문조사를 통해 보건소장의 비위 행위들이 제보된만큼 이에 대해 한치의 의혹도 없도록 조사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소장을 둘러싼 갑질 의혹이 확산되면서 지역 의료계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광주, 전라남도지역 보건의료인 모임인 광주전남건강포럼은 입장문을 통해 "사실확인 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공공보건 전문가를 평가하는 정당한 방법이 아니다"며 "노조원의 불만 사항에 대한 설문조사로 공공기관의 관리자를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규정에도 없는 설문조사가 감사와 징계로까지 이어지면서 갈등과 분란은 커지고 있지만 과연 이러한 일들이 지역사회에 어떠한 기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소모적인 논란을 멈추고 보건소장을 포함한 공공보건기관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보던 광주시의사회도 목소리를 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혹여 논란만 더 키울까 우려하며 대응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은 더 지켜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광주광역시의사회 양동호 회장은 "보건소장을 징계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법과 상식에 따라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50명에 달하는 보건소 직원 중에서 고작 3~4건의 불만이 접수된 내용으로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절대 인정될 수 없는 불합리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혹여 의사 보건소장 편을 든다는 논란이 일까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은 그럴 수 없을 정도로 비상식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심지어 인사위원회 등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이 내려졌는데도 재조사와 재감사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역갑질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특히 광주시의사회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이 혹여 공공의료에 대한 의사들의 반감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보건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의 진출이 막힌다면 향후 공공의료 기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회장은 "광주시가 전국 건강도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다른 시와 달리 보건소장 전원이 보건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이 맡은 이유도 크다"며 "이렇게 의혹만으로 자리를 내놔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떤 의사가 공공의료 분야에 뛰어들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그는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물러나야 하는 것이 맞지만 문제가 없는데도 마치 군기잡기 식으로 전문가를 매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의사회 차원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이를 바로잡는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