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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거점 A병원 응급실 3세미만 환자 진료 중단

발행날짜: 2018-12-27 05:30:59

초점 의사구속 사태 여파 현실로…임상 현장서 환자 진료 패턴 변화 조짐

# 경기도 A중소병원장은 최근 응급의학과 과장으로부터 응급실에 내원하는 소아환자 진료를 못하겠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간신히 의료진을 설득해 3세 이상의 소아환자는 진료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3세 미만의 소아환자는 진료하지 않기로 했다.

# 수도권 B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얼마 전 수술 도중 대동맥과 대정맥 사이 임파선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면서 식은 땀을 흘렸다. 핏줄 하나만 잘못 건드려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다음부터는 수술 여부를 재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의사 3인 구속 사태 이후 우려했던 부작용이 임상현장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 항소심 판결 이전임에도 진료패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위 사례의 A중소병원은 200병상 규모로 지역 내에선 거점병원 역할을 톡톡히 해온 의료기관으로 평소 응급실에서 소아환자 내원이 잦은 터라 의료계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최근 의사 3인구속 사태로 자칫하면 구속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의료현장의 의료진들에게 즉각적으로 반영되면서 소아환자 진료 기피로 이어진 것이다.

A중소병원장은 "우리 병원 이외에도 이미 일부 중소병원 응급실에서 소아환자 기피현상이 포착되고 있다"면서 "어떤 봉직의가 감옥갈 각오로 진료를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병원장이 책임질테니 응급실 소아환자를 받아달라고 해도 설득이 안된다"며 "민사는 합의금으로 해결이 되지만 형사는 의사 개인의 몫이다. 총알 세례를 감수하고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뛸 의사가 몇이나 될 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A중소병원을 내원했던 소아환자의 보호자들은 가까운 병원을 두고 인근 대학병원을 찾아야 한다.

B대학병원 교수도 중소병원 봉직의 생각과 다를 바 없다. 아직은 진료패턴의 변화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수술에 임하는 자세부터 분명 과거와는 큰 차이가 있다.

같은 대학병원 또 다른 외과 교수는 "솔직히 언제 어떻게 구속될 지 모르는데 수술 및 진료에서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라며 "앞으로 중증도 높은 수술을 기피하는 현상은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외과학회 한 임원은 "이미 췌장암, 폐암 수술 현황을 보면 상당수 빅5병원 등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으로 쏠리고 있다"면서 "의사 3인 구속 사태 이후 중증수술 기피는 가속화될 것이고 만약 항소심 판결에서 유죄로 결론이 나면 이는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오태윤 이사장은 "사실 지금까지 의료분쟁은 남의 얘기라고 생각했지만 의사구속 사태 이후로는 나 또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며 "환자 진료패턴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 이사장에 따르면 간단한 시술도 방어적으로 진료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수술기록이 누락된 것은 없는지, 설명의 의무를 다했는 지 거듭 확인하면서 초긴장 상태에서 진료에 임하면서 의료진의 피로감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문제는 이는 과잉 검사 혹은 과잉 진료로 이어지고 곧 의료비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A중소병원장은 "지금의 분위기에선 복통을 호소하는 소아환자는 무조건 CT검사를 실시할 수 밖에 없다. 대학병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소아환자의 방사선 피폭이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지역 중소병원장 또한 "이는 과거에 하지 않아도 되는 검사를 하도록 유도하게 될 것"이라며 "의료진의 방어진료는 환자를 위해서도 건보재정에도 결코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 존스 홉킨스 마틴A. 마카리 교수(외과 교수)는 과잉진료에 대한 연구에서 2106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그 결과 85%가 "과잉진료의 이유는 오진 소송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의 의사도 대부분 과잉진료는 해롭고 낭비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소송에 대한 불안감이 결국 과잉 검사, 진료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게 연구의 핵심.

이에 대해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사실 의사도 일평균 진료 환자수를 제한해두고 꼼꼼하게 하면 의료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비용부담 등은 논의하지 않으면서 의사에게만 부담을 주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이번 의사 구속 사태의 경우 해당 의료진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목적 등 어떠한 혜택도 없는 상태에서 진료한 것인데 법정구속까지 간 것은 과했다"며 "이번 사태는 앞으로 사회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줄 수있는 판결이 될 수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고 거듭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