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는 흉부외과 수술실.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여유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긴박한 의료 현장인 이곳에서 주인공은 단연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를 중심으로 한 의료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수술 과정에서 환자의 심장과 폐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인공심폐기(Heart-lung machine) 운영을 책임지며, 의사의 수술을 돕는 숨은 공로자가 있다. 이는 바로 체외순환사.
메디칼타임즈는 단국대병원 흉부외과 소속 김영화 체외순환사(사진)을 만나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업무와 역할의 중요성을 들어봤다.
"체외순환사 20년, 365일 콜 대기는 일상"
체외순환사는 심혈관 수술팀의 일원으로 인공심폐기의 운영과 체외순환(Extracorporeal circulation)에 관련된 전반적인 기술과 정보를 습득해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김영화 체외순환사는 1994년 단국대병원 입사 후 1997년부터 해당 업무를 맡고 있다.
"임상병리사로 병원을 처음 들어온 뒤 당시 흉부외과 김삼현 교수님의 추천으로 흉부외과학회를 통해 교육을 받고 체외순환사 업무를 시작하게 됐어요. 이제는 20년차가 넘었는데 흉부외과 수술팀에서 인공심폐기를 운영하면서 환자의 체외순환을 돕는 것이 주 임무에요."
특히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를 수술이라는 업무의 특성상 365일 콜 대기가 일상이 돼 버린 지 오래라고.
이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휴가를 떠나기 쉽지 않은 삶의 고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대학병원에서도 체외순환사는 많지 않아요. 이 때문에 개인적인 사생활을 보거나 휴가를 보내기가 쉽지 않아요. 365일 콜 대기 상태인데 응급상황으로 심장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그는 몸이 고될지라도 맡은 역할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앞으로 체외순환사가 심장 수술의 조연만이 아닌 주연으로서도 충분히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김 체외순환사는 병원 내 흉부외과 콘퍼런스에서 직접 환자 치료 경과를 발표하며, 심장 수술의 조연만이 아닌 주연으로서의 활동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사실 체외순환사라는 직종이 그동안 음지에 가려져 있었어요. 얼마든지 조연 역할을 떠나서 주연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를 위해서는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느끼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에크모도 맡은 체외순환사, 전문자격 인정은 숙제"
단국대병원에서 김 체외순환사가 맡은 임무는 심장수술 시 인공심폐기 운영에 더해 최근 주목을 받는 체외막산소화장치인 에크모(ECMO·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관리 역할이다.
사실상 에크모 운용에 있어 김 체외순환사는 권역응급의료센터와 닥터헬기를 운영 중인 단국대병원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실제로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단국대병원에 입원한 환자 치료를 위해 에크모가 활용됐는데 김 체외순환사도 환자 치료를 위해 한 달 동안 격리병동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또한 김 체외순환사는 최근에는 충청남도 천안시 인근 다른 병원 환자 치료를 위해 에크모 장비를 직접 들고 해당 병원까지 이동해 응급 심장 수술을 시행하기도 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한 달 동안 격리병동에서 생활했어요. 평택경찰서 경찰관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는데 폐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았어요. 에크모를 일주일 넘게 달고 있었는데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지만, 환자가 완쾌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어 지금 생각하면 보람된 일이었어요."
그러나 김 체외순환사도 앞으로 개선해야 할 숙제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체외순환사의 보건의료 전문 직종 인정 여부다.
현재 체외순환사의 경우 흉부외과학회 주관의 교육을 통해 자격이 부여되고 있지만, 법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는 않고 있다. 김 체외순환사는 앞으로 면허 제도를 신설해 국가자격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체외순환사가 되고 싶다면 흉부외과학회가 주관하는 교육을 받거나 대학병원의 위탁 교육을 받아야 해요. 이제는 심장 수술 시 체외순환사 유무에 따라 수가로 인정을 해주고 있으니 앞으로는 국가 자격으로 인정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