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비 비중이 높은 기등재 의약품에 사후 재평가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투입 비용에 따른 우선순위 선정과 함께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의약품의 경우, 재평가를 통한 퇴출 기전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점안제의 경우 전체 희귀질환치료제들과 비슷한 규모의 건보재정이 투입되면서 재평가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제네릭 종합대책과 사후평가 강화 방안이 언급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심평원 청구자료를 추가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나타났다.
복지부에 따르면, 점안제에 들어간 건강보험 재정은 2400억원 규모로 환자부담금 30%까지 포함하면 3400억원 정도를 차지한다.
그런데 문제는 점안제에 투입된 비용 규모가 전체 희귀질환 치료제들에 들어간 재정과도 비교되며 질환 우선순위에 고민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연간 희귀질환치료제에 들어가는 건보재정은 32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 것. 여기서 환자부담은 5~10% 수준이다.
항암제 품목 전체에 연간 1조원 정도의 건보재정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은 "연간 점안제에만 들어가는 건보재정이 2400억원이고 이는 매년 400억원씩 늘어나는 추세"라며 "희귀질환치료제 건보급여 규모와 비교해 우선순위가 맞을까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로선 재평가 기전이 전혀 없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며 "우선순위를 정해 새로운 재정투입 요소가 들어오면 말순위의 요소가 퇴출되는 기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불거졌던 일회용 점안제 일괄 인하 논란을 계기로 존재가치가 희미해진 기등재 의약품에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신규 등재되는 신약들이 기존 약제에 혁신성을 앞세우는 만큼 효용성이 떨어진 약제들에 대해서는 재평가를 통한 약가 인하나 급여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 바이오 산업에 기술 수출 등 연구개발(R&D)이 집중되는 분위기 속에서 일방적인 약가인하나 퇴출에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약품이 모든 환자에 동일한 효능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고 혁신 신약 도입에 따른 기존 의약품의 효용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과거 선별등재제도 도입 전 기등재약 목록정비가 실패한 것도 같은 이유 중 하나"로 언급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료비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웃돌았다.
OECD 주요 국가 중 의료비 대비 약제비 비중이 20%를 상회하는 나라는 40%에 가까운 그리스를 포함, 체코와 이탈리아 등 일부에 그쳤다.
반면 영국을 비롯한 노르웨이, 스위스, 스웨덴, 일본 등의 약품비 비중은 10%를 하회했으며 이외 국가들도 대체로 15% 이내의 비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