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윤리지침을 어기면 자격정지나 면허정지 같은 징계를 할 수 있을까?"
"의료과실로 과실치상이나 과실치사 상황에 놓였을 때 면허자격을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을까?"
대리 수술 등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면서 의사면허관리기구 설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이 같은 현실적 질문이 던져졌을 때 기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4일 서울 용산 임시회관에서 의사면허관리기구(가칭) 설립을 주제로 1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의협은 '의사면허관리기구 설립을 위한 TF'를 구성하고 의사면허 시험부터 신고, 갱신, 보수교육, 자율규제 등 면허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기구 신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의협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가야할 길은 멀지만 논의가 가능한 세상이 됐다는 현재를 긍정 평가했다.
안 소장은 "2005년 의협에서 면허관리기구 논의를 처음 했는데 그때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뤘다"며 "영국은 30년, 인도네시아는 15년 걸렸다. 우리나라도 시작은 미미하지만 10년이 넘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면허관리기구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 같기도 하다"며 "이제 구체적인 부분을 논의할 때"라고 덧붙였다.
주제발표에 나선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면허관리기구가 만들어지면 그 기구가 생존하기 위한 사회적 문제가 생긴다"며 "국민 여론을 강하게 자극하는 사건이 생겼을 때 의사면허기구가 현재보다 더 가혹하게 칼을 들이댈 때 그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의료법 이외의 의사라는 직업과 관련 없는 문제가 생겼을 때 면허관리기구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미국 의사규제기구연맹(The Federation of State Medical Boards of the United States, FSMB)이 정하고 있는 '전문가답지 않은 행위'를 보면 알코올 및 마약 중독, 성 범죄, 환자 방치, 적법하지 않은 약 처방, 유죄를 받은 흉악범죄, 사기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면허 자격정지 및 취소 처분은 의료법, 건강보험법 같은 보건의료 관련 법을 어겼을 때만 적용된다. 사기도 보험 사기에 국한돼 있다.
박 교수는 "면허관리기구가 도입된다면 면허자격 정지, 취소 문제 등이 개입되게 돼 있는 만큼 구체적으로 사례가 나왔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허관리기구 설치 전에 자율 규제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대한의학회 염호기 정책이사는 내부 동의가 따라야 하며 자율 규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염 이사는 "회원이 모두 동의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3년마다 면허를 재인증 받아야 하고 당사자가 휘말리게 되면 굉장히 저항이 심한 게 현실"이라며 "면허관리기구가 의협 산하에 존재한다면 선거로 당선되는 회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 등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게 중요하다"며 "우선 자율 규제부터 잘 하면 면허관리기구 설립은 보다 수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의성 김연희 변호사도 자율 규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의협 산하 중앙윤리위원회(이하 중윤위)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의료법 개정 없이도 중윤위는 의료인 품위 손상에 따른 행정처분을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데 그동안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았다"며 "있는 규정이라도 제대로 적용해 자율 규제부터 제대로 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KMA POLICY 특별위원회 이명진 위원은 시도의사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문가평가단이 자율규제의 일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 위원은 "광주, 울산, 경기도에서 운영했던 전문가평가단 시범사업 결과 예방효과가 있었다"며 "전국으로 확대하되 평가 대상을 넓혀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율은 거저 주는 것이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보다 엄격한 징계가 따라야 한다"며 "징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모든 집단의 5% 미만이다. 누가 봐도 징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징계하는 것이다. 의사도 자율이냐 타율이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