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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단체장, 보여주기 아닌 회원 위한 게임하라"

이창진
발행날짜: 2019-01-31 05:30:58

건정심 정형선 소위원장 "의사협회 불참 구조 비정상적"

"7차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중 5번 공익위원으로 참석했다. 그동안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주어진 범위 내에서 한바탕 해볼 생각이다."

정형선 교수.
연세대 보건과학대 정형선 교수(59)는 30일 건강보험정책심위원회(이하 건정심) 종료 후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가입자와 공급자, 정부 중재 역할자인 소위원장으로서 각오를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건정심에서 가입자와 공급자, 정부 및 공익 대표 등 총 24명의 제7기 건정심 위원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소위원장에 정형선 교수를 선임했다.

정형선 교수(행시 27회)는 복지부 공무원 출신으로 공보관과 OECD 헬스 policy unit 등을 거쳐 2002년부터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관료 출신 보건학자이다.

영어와 일본어 등에 능통한 그는 건정심 위원을 비롯해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매년 발행되는 OECD 한국 보건의료 데이터 보고서와 건강보험 및 장기요양보험 연구 그리고 최근 지역 커뮤니티케어 연구 등 보건의료 정책 관련 '빅 마우스'로 평가받고 있다.

건정심은 이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경총 고정으로 순번제 환자단체연합회와 YWCA(이상 가입자),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약사회 고정으로 순번제 간호협회와 제약바이오협회, 한의협(이상 공급자), 복지부와 기재부, 정형선 교수 고정으로 순번제 윤석준 교수와 신영석 선임위원, 전병목 선임위원 등 각 4명씩 총 12명의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정형선 교수는 정부와 공급자 간 적정수가 괴리감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수가는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를 곱한 값으로 결정된다. 현재 3차 상대가치점수 개정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기본 진료료(진찰료와 입원료)와 수가가산 등 수가개편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원가보상 등 적정수가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협회의 지속된 건정심 불참 관련 유감을 표명했다.

정형선 교수는 "보건의료 체계에서 의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의사협회 빠진 상태에서 (건강보험 정책을)논의하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 참여할 것으로 본다. 계속 빠지는 것이 의사협회 내부적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참여를 촉구했다.

동석한 복지부 정경실 보험정책과장은 건정심 구조와 결정방식 등 일련의 비판을 해명했다.

정경실 과장은 의약단체 수가 협상(환산지수) 결렬시 패널티 지적에 대해 "패널티를 준 경우가 많지 않다. 건정심은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결정하는 것이 관례"라면서 "올해는 의약단체의 수가협상 결렬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정 과장은 이어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수가계약을 최대한 효율화, 합리화하고 상호 간 이해를 넓힐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협의체를 통해 가입자 및 공급자 등과 만나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공익위원 위촉 불공정성 관련, "2002년부터 건정심이 17년간 운영되는 동안 성과와 한계가 있다. 시대에 맞지 않은 측면도 있다. 공익위원 추천 문제를 떠나 건정심 기능과 의사결정 구조 등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동의하면서 "투명성 강화 등 건정심 위원들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공익위원들의 정부 연구용역 쏠림 지적은 일축했다.

정 과장은 "한정된 연구인력 풀에서 연구자와 건정심 위원을 선임하는 구조다. 특정 이해관계를 반영한 연구는 아니다. 약가 등 계약과 관련해 연구하는 것과 거리감이 있다"고 선을 긋고 "정책연구와 건강보험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건정심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제약업체 등에서 요구하는 약가 협상 타결 후 건정심 긴급안건 추가에는 반대입장을 보였다.

소위원장으로 선임된 정형선 교수(좌)와 복지부 정경실 과장(우)은 30일 건정심 종료 후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정경실 과장은 "건정심 안건을 준비하기까지 사안별 6개월 이상이 걸린다. 긴급안건은 성립되기 어렵고 적절하지 않다"며 건정심 위원들의 사전 검토에 입각한 현행 안건 상정 입장을 고수했다.

가입자 대표 중 새로운 시민단체로 낙점된 YWCA 위촉 논란도 해명했다.

정 과장은 "공급자는 대표 단체가 분명한데, 가입자는 자영업과 농업, 소비자, 시민단체 등 누구를 대표해 추천받아야 할지 모호하다. 이번 시민단체 위촉은 회원 수와 활동 능력 등을 감안했다. YWCA는 10만명 정도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종교적 활동을 별도로 안하는 시민단체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건정심 소위원장을 맡은 정형선 교수는 의약단체장에게 뼈있는 조언을 했다.

정형선 교수는 "협상은 더블게임이다. 상대방보다 많이 가져가 회원들에게 이익을 주는 게임이라는 의미다. 현 의약단체는 회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임에 치중하는 것 같다. 이 게임이 회원을 위한 것인지, 단체장을 위한 것인지 회원들은 잘 모른다"면서 "단체장들이 건정심을 통해 회원들에게 진정으로 도움 되는 게임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