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에서 전공의가 연속 근무중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련병원들이 극도로 긴장한 채 사건을 예의주시 하는 모습이다.
특히 추측에 대한 자제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결국 과로사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면서 혹여 도화선이 될까 우려하며 자체적으로 실태 점검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A대형병원 보직자는 12일 "사건 직후 전공의 근무 시간과 연속 근무 등에 대해 병원 차원에서 자체적인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며 "각 진료과목별, 전공의별로 근무시간을 조사해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 병원은 우선 보직자 회의와 진료과장 회의를 거쳐 각 과목별 전공의 근무 현황부터 최근 수개월간의 근무 시간 변화 등을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또한 외과 계열 등 일부 전공의에게 로딩이 걸리는 과목들의 경우 심층 면담을 통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는지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보직자는 "사실 꾸준하게 진행했던 자체 점검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좀 더 면밀하게 상황을 살펴보자는 취지"라며 "현재 지표들은 어느 수련병원과 비교해도 우수한 수준이지만 한번 더 점검해 보자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A병원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길병원 전공의가 숨진 원인을 두고 과로사로 초점이 맞춰지면서 각 수련병원들은 혹여 모를 구설수에 오를까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이 전공의가 사실상 전공의 특별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근무가 이뤄졌는데도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면서 더욱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이 전공의는 숨지기 전날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35시간을 근무했다는 점을 들어 내외부에서는 과로사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 특별법상 기관의 장은 상황에 따라 36시간까지 근무를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주당 근무시간이 87시간으로 이 또한 전공의 특별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넘기지는 않았다는 것이 병원측의 입장이다. 결국 법적으로는 불법적 초과 근무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법에 꿰맞췄다고 해도 35시간 동안 잠도 못자고 근무를 시켰다는 것 자체가 반 인권적인 행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각 수련병원들이 긴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공의 특별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근무시간을 맞췄더라도 자칫하면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이유다.
B대학병원 수련 담당 교수는 "지금 문제가 전공의 특별법을 어겼느냐가 아니라 연속 근무를 포함한 수련 시간 자체에 여론이 맞춰져 있지 않느냐"며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수련병원 중 비난을 피해갈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그는 "일부 과목들은 교수가 30시간씩 근무를 하는 등 전공의 특별법조차 지키기 버거운 상황에서 이러한 접근이 이뤄지면 병원이 버틸 수가 없다"며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도화선이 된다면 좋겠지만 또 다른 규제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